우리나라의 대형 극장은 대부분 공공에서 건립해 운영한다. 세종문화회관이나 국립극장·예술의전당 같은 공공극장은 극장마다 규모나 미션·운영전략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예술을 향유하고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물론 공간은 한정돼 있고 공연을 하려는 예술가와 단체는 많다 보니 간혹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극장 대관 심사에서 탈락하면 불만의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고 특정 장르의 예술을 집중적으로 제작하면 소외된 장르의 예술가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공공극장은 주어진 미션과 전략하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 항상 노력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공극장이자 최고의 제작극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국악과 무용·합창·뮤지컬·연극·오페라 등 각 장르를 대표하는 예술단체가 있으며 어린이와 청년들로 구성된 예술단까지 9개의 산하 예술단이 있어 직접 공연을 제작한다. 또 공통의 테마를 중심으로 하는 기획공연뿐 아니라 우수한 공연의 대관을 추진함으로써 최고의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더 많은 시민이 세종문화회관을 찾고 다양한 양질의 공연을 향유할 수 있게 한다.
공연을 구분하는 기준이 다양하지만 흔히 대중예술과 순수예술로 나누고는 한다. 아무래도 영화나 방송예술·만화·대중극과 대중음악 등 흥행을 염두에 둔 대중예술을 즐기는 관객이 순수예술 관객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순수예술의 장르는 대중예술보다 무대에 설 기회와 공간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현상은 공공극장에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 공공극장에서 대중예술을 공연하면 순수예술 분야에서 반발하거나 자칫 공연의 질을 떨어뜨려 극장의 명성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한다. 하지만 반대로 대중예술에 제한을 둔다면 이 또한 차별이며 시대 트렌드에 맞지 않는 관행이라는 비판도 받고는 한다. 이는 현대에 와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구분이 점점 애매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역시 최고의 극장이 되기 위해서는 장르를 불문하고 최고의 공연을 올리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지만 대중예술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있었다. 지난 1989년 가수 패티김과 이미자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할 때 순수예술인과 대중예술인 사이에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세종문화회관은 “순수음악과의 접목으로 대중가요의 품위를 향상시킴으로써 중간문화를 형성하고 일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중가수들의 공연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는 자연스럽게 확대됐고 이후 신승훈·이선희·H.O.T.·젝스키스·보아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공연을 하며 더 이상 대중가수의 무대가 낯설지 않게 됐다. 앞으로도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을 구분하지 않고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세종 그레이트 아티스트 시리즈’를 강화해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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