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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한미중러 정상 다 만난 김정은…이제 日 아베만 남았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스트롱맨 3인방’ 모두 만나

비핵화 질질 끌면서 정상국가 기반 다지기 눈길

푸틴 ‘6자회담’ 언급에 북일회담 가능성 커져

‘日人 유해 송환’에 대한 서로 너무 싫은 기억

배상금 문제도 예민한 주제, 북일 움직임 주목

시계방향으로 남북정상회담(2018.4), 북미정상회담(2018.6), 북러정상회담(2019.4), 북중정상회담(2018.3)당시 사진./연합뉴스




1984년생으로 알려진 ‘청년 지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에 뛰어든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김 위원장이 장기집권을 위해 바라는 종전선언 등 체제보장과 제재해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1년간의 노력이 헛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리 나이로 서른 여섯에 불과한 이 어린 지도자에게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 자체로 큰 수확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러 지도자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정상회담을 무리 없이 마무리한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들도 그를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인정하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국익을 꾀하고 있습니다. 실제 베트남과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대북제재로 제한이 있지만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누구보다도 이 젊은 지도자를 가장 애타게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은 일본의 아베 신조( 安倍晋三) 총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해 11월 6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환송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환송 인파 뒤에 김 위원장과 디아카넬 의장의 대형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연합뉴스


◇아베는 왜 김정은을 만나고 싶어하나

1945년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동북아에서 ‘강한 일본’의 부활을 외치고 있는 아베 총리는 동북아의 패권과 연결된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실제 비핵화 협상에서 일본의 배제는 동북아에서 일본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두려워하는 일본 내의 우려도 많습니다. 실제 일본은 북러정상회담을 ‘퍼포먼스’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자신들이 비핵화 협상 논의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교도통신은 북러정상회담 다음날인 26일 북러 정상회담으로 일본이 북한과 관련해 ‘모기장 밖’(무시당하거나 고립됐다는 뜻의 비유)에 놓여 있다는 인상이 강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2004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2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영일 북한 외무성 부상의 영접을 받고 있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北日, Again 2002년?

일본인 납치 문제와 역사문제 등 북일정상회담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동북아를 둘러싼 정세는 김 위원장과 아베 총리의 만남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만난 게 벌써 17년이 지났습니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의 상황은 현재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였던 북미 비핵화 협상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해결하려 했던 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괄타결식 빅딜’이라는 강경론으로 선회하면서 수세에 몰리게 됐습니다. 북러정상회담도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시간을 2002년으로 돌려보면 김정일 위원장도 2002년 1월 조시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로 지목하면서 위기를 맞습니다. 수세에 몰린 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북일정상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전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2003년 8월 6자회담의 첫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유럽·북미 6개국 순방에 나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지난 22일 전용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교도통신연합뉴스


◇日, 북미 ‘중재자’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자신의 통치자금으로 쓰일 외화확보가 시급한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제재를 반드시 풀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재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미국 내 회의론이 큰 상황에서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며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수령의 무오류성’이 중요한 북한 사회의 특성상 김 위원장이 미국에 굴복하는 듯한 ‘일괄타결식 빅딜’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양쪽이 대화는 원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지 않는 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일본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일각의 기대도 있습니다. 일본은 최근 ‘2019년판 외교청서’에서 북한의 대북제재와 관련 ‘최대압박’이라는 부분을 지우면서 북한에 유화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습니다. 북일은 지난해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이 지난해 세 차례 회동을 한 적이 있어 이미 대화채널도 마련돼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김 위원장과 미국을 다녀올 아베 총리가 만날 수 있을 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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