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닭’ ‘3월 천혜향’ ‘당일 도정 쌀’ ‘다 익은 빨간 사과’….
새벽 배송의 무게중심이 속도를 떠나 신선식품의 골든타임을 지키느냐로 옮겨가면서 출하 시기를 늦추는 등 유통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산지에서 생산해 얼마나 ‘잘’ 유통하는지가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식품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도계 후 가장 맛있는 48시간을 지킨 닭, 가장 향기 좋은 3월에 딴 천혜향, 당일 도정한 쌀 등은 새벽 배송 업체들이 편리성이 아니라 ‘골든 프레시’의 신선함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태어난 상품들이다.
1일 헬로네이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선보인 ‘당일 도계’ 상품의 인기 부위가 출시 이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닭을 엄선해 도계 직후 24시간 내에 고객 집 앞까지 배송하는 게 특징이다. 당일 도계 상품은 마트에서 생닭을 구매할 경우 도계 후 24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는 데서 착안했다. 예컨대 오전6시에 도계한 생닭은 부위별 발굴, 패키징, 냉장보관, 배송 등의 과정을 거쳐 다음날 오전 마트·백화점 등 유통사에 입고된다. 아무리 빨라도 마트 오픈 시간인 오전10시에나 생닭을 집어들 수 있는 것. 진열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실제 고객이 구입할 때는 이미 맛의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높다. 당일 도계 상품은 육가공 업체에서 손질이 끝난 후 직배송을 통해 고객의 집 앞으로 전달된다.
과일 출하 시기도 바꾸고 있다. 사과의 경우 기존에는 유통시간을 고려해 숙성되기 전에 ‘파란 아오리’ 사과를 따서 겹겹이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숙성’시켰다면 이제는 ‘빨간’ 사과를 따서 당일 새벽 배송으로 소비자의 식탁에 바로 전달하는 식이다. 이로써 7월 중순에 출하됐던 아오리 사과는 붉은빛이 감도는 8월 초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다. 향이 중요한 천혜향의 경우 3월 이후 출하한 천혜향이 가장 달고 향기롭지만 같은 이유로 1·2월에 나무에서 떼어냈다. 과육 때문에 충격에 약해 유통 업체들은 덜 익은 무화과를 수확했지만 농가 직거래로 무화과가 바로 새벽 배송된다. 밥맛을 좌우하는 쌀 역시 이제는 갓 도정한 쌀을 식탁에서 만날 수 있다. 그날 도정한 하이아미(쌀의 품종)를 지퍼백과 종이백으로 포장, 수분 함량을 최대한으로 유지해 고객들이 바로 밥을 지을 수 있도록 한다.
새벽 배송 업체는 요일별 판매 추이를 분석해 매일 한정수량으로 물량을 준비한다. 입고물량을 소진하는 즉시 판매를 종료하며 그날 도계한 닭을 다 판매하지 못하면 전량 폐기해 최상의 선도를 보증한다. 김유빈 헬로네이처 상품기획자(MD)는 “새벽 배송, 내일 배송 같은 헬로네이처의 첨단 물류 시스템에 힘입어 고객에게 사계절 내내 가장 맛있고 신선한 먹거리를 선보일 수 있도록 라인업을 더 확충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리·허세민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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