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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워치]요동쳤던 '한반도 24시'…갈피 못 잡는 靑

트럼프 "대북제재 철회" 번복에

청와대 즉각대응 못한 채 침묵만





지난 22~23일 24시간 동안 미국 재무부의 대북제재 발표와 이를 뒤집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그리고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등 한반도 정세를 뒤흔드는 긴박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동안 청와대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3일 오전2시20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가해진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가 발표했다. 나는 오늘 그러한 추가 제재들의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22일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 이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이미 (통일부를 통해) 나갔다”는 언급 외에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더구나 이날 북측이 사무소 철수를 우리에게 전달한 것이 오전9시15분이었다는 점에서 NSC가 오후에 소집된 것이 과연 신속한 대응이었느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이처럼 청와대가 한반도 정세의 중대 전환점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한국이 ‘운전자’는커녕 ‘메신저’의 역할조차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정보력 부재는 하노이 정상회담 때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회담 결렬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채 당일 국가안보실을 개편했고 결렬 직전까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노이회담 B플랜 없던 靑 ‘좌불안석’

굿 이너프 딜 가능성 불투명

미·북과 정상회담도 안갯속





청와대는 한미공조에 이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사무소 철수와 관련해서는 정보라인을 통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고 판문점 연락채널 등을 통해 물밑 대화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남측 인력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대북제재 철회 의사를 나타낸 만큼 대화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의 정의부터 시작해 비핵화 범위와 제재완화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너무나 커 청와대가 새 협상전략으로 제시한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이 시도조차 가능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해외의 평가도 야박하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북한이 한미동맹 균열을 추구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하노이 회담 이후 벽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NYT는 “북한이 한미 간 균열 조성을 위한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끊임없이 한국이 미국과 거리를 둘 것을, 또 미국 주도의 유엔 대북제재로 제지되고 있는 공동 경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한심한 것은 미국과 공조해 평화체제 구축과 북남협력을 꿈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라며 한미균열을 시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은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의 강행으로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실현에 방해만 놓고 있으며 북남 경제협력사업에도 사사건건 참견하며 장애와 난관만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남북경협 등을 고리로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겠다는 청와대의 기존 전략은 이미 실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에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확실하게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북미협상 재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되는 남북 또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역할론 또한 현 국면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지난달 28일 전화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자”는 데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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