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거대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앞세워 세계 질서의 ‘새 판’을 짜겠다는 야심 아래 전 세계를 무대로 우군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동맹관계에도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중국은 미국과 전통적인 우방국들 사이의 틈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중일 평화우호조약 발효 40주년을 맞아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안보 실리 챙기기에 나선 일본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후 이르면 다음달부터 베이징에서 제3국에서의 인프라개발사업 협력을 위한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협력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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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시 경제적으로 일본에 ‘러브콜’을 보내는가 하면 중일관계의 풀리지 않는 갈등 요인인 역사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들의 일본 기업 유치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중국 지방정부 수장들의 일본 방문은 상반기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말 난징대학살 추도식에서 왕천 전인대 부위원장이 “중일관계가 정상인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한 것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럽 국가들에 대한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시 주석이 올해 첫 해외 순방으로 지난 21일부터 6일간의 일정으로 이탈리아·프랑스·모나코를 방문하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유럽 지역인 만큼 미중 간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수교 50주년을 앞둔 이탈리아를 일대일로에 포섭한 데 이어 프랑스와도 일대일로 건설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항공우주·농업·금융·핵에너지·지속 가능한 발전 분야에 대해서도 협의한다. 모나코에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일방주의와 중국의 이 같은 공세 속에 최근 영국·독일이 중국 화웨이를 5세대(5G)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배제하려던 미국에 반기를 드는 등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에 나섰다. 중동의 최대 미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중국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을 대폭 강화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2016년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적극적인 ‘친중 노선’을 천명한 후로 중국과의 밀월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중국의 인프라 투자액이 150억달러에 달했고 앞서 시 주석의 국빈방문 당시에는 원유가스 개발 협력 및 일대일로 건설 등과 관련해 29개의 협약 서명이 이뤄졌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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