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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제 동생은 한글도 쓰고 인터넷도 합니다"

가족 형제 고통받고 모멸 받을 이유 없어…검찰 신문 태도 꼬집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재판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막내 동생 등 가족에 대한 애절함을 전했다.

‘형님 강제진단’ 등 혐의로 11차 공판과정에서 검찰의 신문 태도에 대해 이 지사는 “제 선택이니 저는 감내하겠지만, 가족 형제들이 고통받고 모멸 받을 이유가 없다. 시궁창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나온 우리 가족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을 더럽다고 조롱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 지사의 막내 동생은 지난 1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11차 공판에 지난 2012년 당시 ‘형님(고 이재선)의 조울증이 의심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과 관련해 검찰측 요구로 증인으로 나섰다.

이 지사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동생은 한글도 쓰고 인터넷도 합니다’ 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난 월요일 증언하는 막내 동생에게 검사가 ‘직접 쓴 글인지 의심된다’며 타자를 쳐보라고 느닷없이 노트북을 들이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했지만 성실했던 막내는 주경야독으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고, 환경미화원으로 힘들게 일하지만 지금도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한다”며 “SNS도 열심히 하고 인터넷 동호회 카페도 몇 개 운영한다. 콧줄에 의지하시는 어머니를 모시는 착한 동생”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정신질환으로 망가지고 정치로 깨져버린 가족 이야기, 숨기고 싶은 내밀한 가족사를 형이 재판받는 법정에서 공개 증언하는 마음이 어땠을까. 고양이 앞 쥐처럼 검사에게 추궁당할 때, 제 억울함을 증명한다며 법정에 부른 걸 후회했다”고 했다.

이 지사는 “검사가 노트북을 들이밀 때 반사적으로 동생 얼굴로 눈이 갔다. 순간적으로 보인 눈빛과 표정에 가슴이 덜컥했다. 숨도 쉬기 불편해졌다. 남들은 못 보아도 50여년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우리는 뒷모습만 보고도 마음을 안다”며 “대학만 나왔어도, 환경미화원이 아니었어도 그랬을까”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재판장의 제지가 있기까지, 타자 칠 준비로 노트북 자판위에 가지런히 모은 거친 두 손을 보며 눈앞이 흐려졌다”며 “검찰조사를 받는 제 형님에게 검찰은 심지어 ‘어머니가 까막눈 아니냐’고도 했다. 어머니가 아들 정신감정 신청서를 쓸 수 있었겠느냐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화전민 아내가 되고 공중화장실을 청소하셨지만,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에 소학교를 졸업하고 혼자서도 억척같이 7남매를 키워내신 분”이라며 “가난과 궁상, 험한 삶의 상흔, 정신질환으로 인한 가족의 고통과 파괴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품격 있고 부유한 집안에도 눈쌀 찌푸릴 갈등과 추함은 있다”고 했다.

이 지사는 “재판장 지시를 기다리며, 자판 위에 두 손을 올린 채 무심한 척 허공을 바라보던 막내의 속은 어땠을까” 라며 “막내가 진심 어린 사과 말이라도 한마디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이 지사에 대한 13차 공판은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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