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22일 “평화는 꿈꾸는 것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며 “평화를 끈기 있게 추구하되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튼튼한 안보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국립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제4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조국의 바다에 목숨을 바친 호국 영웅들의 애국 헌신을 기리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돌아가신 쉰다섯 분의 용사들께서 잠들어 계신다. 2002년 6월 연평해전과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그리고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전에서 순국하셨다”면서 먼저 머리를 숙였다.
이 총리는 “서해는 조국 분단의 현실을 가장 아프게 겪었다”며 “1950년에 6·25전쟁이 터지고 1953년에 그 전쟁이 정지됐고, 그 이후에도 서해에서는 북측의 도발이 간헐적으로 이어져 우리 장병들의 많은 희생을 낳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총리는 “그 긴장의 바다에 지난해부터 변화가 생겼다”며 “잇따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서해를 비롯한 한반도 전역의 바다와 땅과 하늘에서 총성이 멎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 주도 하에 양측 교류가 재개된 이후 서해 5도 어장이 넓어지고, 55년 동안 금지됐던 야간조업도 제한적이지만 가능해지는 등 서해가 한반도의 화약고에서 평화의 발신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총리는 “우리는 서해의 기적 같은 변화를 굳건한 평화로 가꾸어야 한다”며 “우리는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해의 용사들이 꿈꾸셨던 것도 평화요, 끝내 지키려 하셨던 것도 평화”라며 “우리가 용사들의 거룩한 희생에 보답하는 길도 항구적인 평화의 정착”이라고 평화에 수차례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 총리는 평화를 위해서는 굳건한 안보가 전제 조건임을 내세웠다. 이 총리는 “평화는 꿈꾸는 것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며 “평화는 확실한 안보를 유지하면서 지혜와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평화를 추구해야만 얻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평화를 끈기 있게 추구하되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튼튼한 안보를 견지해야 한다. 정부는 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호국 용사들의 명예를 지키는 데 정부가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리는 “부상 장병의 건강 회복을 위해 세심히 살피겠다”며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존경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참석자들 앞에서 다짐했다. 이에 더해 “평화와 번영의 조국을 용사들 영전에 바칠 날을 하루라도 앞당기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서해수호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국군 통수권자가 서해를 외면했다. 결국 북한 눈치보기다. 문 대통령이 어떤 안보관을 갖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또 나 대표는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서해 도발을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했다”며 “이는 명백한 침략을 쌍방의 과실로 인정한 것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예비역장성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이하 대수장)은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의 북한 도발에 맞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을 온 국민이 추모하는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며 “ 국산헬기 ‘마린온’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들에 대한 위령탑 제막식에도 불참한 문 대통령은 희생된 국군장병들을 어떻게 예우할 것인지 답하고, 국군통수권자로서 헌법이 정한 책무수행에 충실하라”고 주장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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