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미 양국이 협상을 지속하되, 중국이 감독관 자격으로라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남북한과 미국·중국은 물론 러시아·일본 등 주변국들이 모두 합심해야 실현 가능한 일인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이들의 이익 균형점이 어디인지를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돼 당장 북한 비핵화 협상의 향방이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미중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중국은 혈맹 북한과의 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중국 입장과 향후 미중 관계 전망을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에게서 들어봤다.
“美·中·러·日 합심해야 비핵화
각국 이익균형점 인지가 급선무”
-북미 2차 협상 결렬에 따라 비핵화 정국으로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북한의 뒷배 역할을 자처했던 중국이 앞으로 한반도 이슈에서 어떤 전략을 보이겠는가.
△북미 협상은 한쪽이 자신의 협상안을 철회하거나 대폭적인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조기에 협상이 재개되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양측이 협상 판 자체를 깨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일정 기간 냉각기를 거친 후 물밑 접촉을 재개할 가능성은 크다.
중국 역시 북미 협상이 완전히 깨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북미가 강대강으로 대치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미국과 관계가 더욱 힘들어지고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나 비핵화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미 협상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양회 때 제기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합의 이행을 감시하는) 감독기구를 만들어 운용하자”는 제안을 중국 측이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당사자가 아니어서 비핵화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가 어렵다면 감독관 자격으로라도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올 양회 이후 중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어떤 모습을 띨까.
△중국외교는 전통적으로 대국외교, 주변국 외교, 다자외교를 매우 중시하는데 특히 대국외교를 가장 중히 여긴다. 대국외교의 핵심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에 대해 사안별로 협력하고 견제하는 이중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겠지만 주권이나 영토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매우 강력하게 대응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주변국 외교 역시 힘을 내세운 강권외교와 선린우호외교를 번갈아 사용할 것이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해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추진 방식 등에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시진핑 주석이 패권주의와 ‘중국제조 2025’ 같은 중국 전략산업 육성책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중국은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제기하는 요구 중 상당수를 중국의 노선을 포기하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인다. ‘중국제조 2025’는 시진핑 사상의 핵심인 중국몽을 실현할 핵심 정책수단인데 이를 수정하라는 것은 중국몽을 포기하라는 것이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거나 산업정책 달성 목표시한을 다소 늦추는 것은 몰라도 정책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반도 정세와 북미, 미중 관계에서 우리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인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은 우리 민족의 평화 번영의 주춧돌이다. 지금 숱한 우여곡절과 난관들을 맞닥뜨리고 있지만 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한반도의 지상 과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들이 모두 참여하고 합심해야 실현 가능하다. 그러려면 참여국들의 이익이 존중돼야 한다. 이들의 이익 균형점이 어디인지를 찾는 게 급선무이고 중요한 과제다. /홍병문논설위원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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