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77) 연방상원의원의 선거운동본부(캠프) 직원들이 미 선거운동 사상 최초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샌더스 2020 대선 캠프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직원들이 미국식품상업연합노조(UFCW) 가입안을 가결했다고 전했다. 샌더스 캠프 직원들은 노동자 약 130만명이 가입한 UFCW의 산하 지부에 소속됐다.
노조 결성으로 부국장급 이하 직원들은 앞으로 임금·복지혜택 등을 놓고 단체교섭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조너선 윌리엄스 UFCW 대변인은 “미국 선거운동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선거 캠프의 근로조건 기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노사 협상 내용은 캠프 직원 1,000여명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만일 샌더스가 대선에 승리하고 캠프 직원이 백악관 소속이 되면 노조원 자격은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샌더스 의원이 가장 먼저 대선 캠프 노조를 출범시킨 이유는 내년 여름 경선을 앞두고 노동자 등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은 정보기술(IT) 대기업 해체 등 과격한 주장을 쏟아내며 진보 진영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대선 때 일찌감치 사회주의 바람을 일으켰던 샌더스 의원이 대선 캠프 노조를 통해 사회주의 이슈를 주도하려는 것이다.
미 CNN방송은 “이번 움직임이 다른 민주당 대선 캠프들도 선례를 따르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캠프 직원들이 노조 창설을 원한다면 대선 후보들이 이를 받아들이거나 적어도 중립적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대선 경선 때 샌더스 캠프에서 성추문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노조가 세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초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당시 샌더스 의원을 도왔던 참모가 캠프 여직원에게 강제로 키스를 했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일각에서 성추문 의혹에 대한 대응으로 노조를 세웠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UFCW 측은 이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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