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반도24시]靑 안보전략 전면 수정해야

홍관희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하노이회담 결렬 후유증 심각한데

남북경협 재개 피력 사리 안맞아

더 강력한 제재로 북핵 저지 나서야

홍관희 교수




하노이 북미 핵협상이 전격 결렬된 원인은 무엇보다 북한 김정은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거짓 비핵화’로 유인할 수 있다고 오판한 데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경제적 지원과 번영을 약속하면 북한이 비핵화의 도정으로 나올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로 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하다. 미국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풀을 뜯어먹는 한이 있어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됐기 때문이다.

쌍방 간에 불신이 증폭되면서 협상 결렬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비핵화) 양보 불가, 협상 중단 고려” 성명을 돌연 발표한 것은 핵·미사일 보유 기도를 노골화하면서 고질적인 벼랑 끝 전술을 또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 원칙 아래 플랜B 로드맵을 점검하며 모든 옵션을 검토했던 정권 초기 입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10일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의 북한 적용을 언급한 데 이어 재무부는 국제사회에 대북 금융거래 주의를 경고하고 나섰다. 실무회담을 주도했던 협상파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대표조차 북한이 선호하는 ‘단계적 해결’보다는 빅딜, 곧 ‘전면적 해결(total solution)’을 강조했다.

이 와중에 미국 조야에서는 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협상에 환상을 갖게 됐는지에 대한 비판이 분출하면서 그 문책의 화살이 문재인 정부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보좌관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전달해 트럼프 대통령이 착시하게 만든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잘못된 비핵화 개념을 내외에 공식화한 것도 중대한 오류로 지적된다.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해역 일체의 미 핵전력자산 철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가 수용할 수 없다. 동북아에서 미국이 펼치는 핵우산은 자유패권(liberal hegemony) 세계 전략의 기둥인 동시에 한미동맹의 핵심으로서 대한민국 안보에 불가결하다.



북한의 비핵화 거부 의사가 확인됐고 핵협상 와중에 핵무기 대량생산에 돌입(유엔 제재위원회 보고)한 증거가 드러났음에도 청와대가 남북 경제협력 재개 의사를 피력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재개되면 연간 1억5,000만달러의 외화현금이 북한으로 유출돼 핵 개발에 일조할 것이다. 이는 우리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미 균열을 심화시켜 동맹을 위태롭게 한다.

청와대의 이러한 오도된 안보인식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국가안보전략’ 지침서에 이미 표명됐다. 그 내용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로 압축된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까지 ‘(체제 안전을 위한) 자위적 핵 억제력’을 핵 개발의 명분으로 주장해온 점에서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체제의 안전을 우리가 보장하겠다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의 오류만큼 왜곡된 인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간 합의된 문건들, 특히 판문점선언은 한결같이 북한과의 ‘민족자주’를 한반도 안보의 핵심전제로 삼고 있다.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 체제와 공조해 대한민국 국가 안보를 실현하겠다는 발상이 과연 정상인가.

하노이회담의 결렬은 동맹국인 미국이 잘못된 ‘한반도 비핵화’의 환상을 끝내고 단호하게 북한 핵을 막겠다는 결단의 결과물이다. 동맹을 통해 안보를 지켰으니 회담 결렬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우리 안보에서 동맹은 핵심이다. 유엔 헌장(51조)은 회원국이 홀로 안보를 실현할 수 없을 때 집단자위(동맹)를 통해 주권을 수호할 권리를 부여한다.

하노이회담 결렬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국제 현실과 괴리된 북핵 ‘중재자’ 또는 ‘촉진자’ 자임을 청산하고 한미동맹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안보전략 대원칙을 재정립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욱 강력한 제재로 북핵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