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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중 긴급보고 받은 文, '중재외교' 혹독한 시험대에

靑 안보실 '최선희 쇼크'에 北물밑접촉

등돌린 北 "文은 중재자 아닌 플레이어"

文. '톱다운 방식' 협상전략 최대 위기

靑 "어떤 상황서도 협상재개 노력"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15일 오후(현지시간) 총리 집무실인 프놈펜 평화궁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세안 3개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 기간 중 대형 악재를 맞닥뜨렸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순방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5일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다시 꺼내 들면서 그동안 북미회담을 견인해온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 역시 혹독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미국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혔고 문 대통령 앞에서 비핵화 의지를 수차례 내보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미사일 발사 등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과 관련한 긴급 보고를 받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진의 파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부터 시작해 두 번에 걸친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그동안 힘을 발휘했던 것은 이번 북핵 협상이 다자 또는 실무 차원이 아닌 정상 간 ‘톱 다운’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를 설득하고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다시 문 대통령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실무 차원의 대북 강경론 등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청와대가 북핵 협상에 줄곧 긍정적 전망을 내비친 것도 남북미 정상의 개인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 ‘톱 다운’ 외교가 협상의 판도를 바꿔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례 없는 과감한 외교적 노력으로 70년의 깊은 불신의 바다를 건너고 있는 미국과 북한 두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을 바꿔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됐고, 북한이 이에 맞서 ‘핵 도발’ 가능성을 거론하자 문 대통령이 추진해온 톱 다운 식 협상은 본질적 위기를 맞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캄보디아 현지에서 “서울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최 부상이 정확하게 무슨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각도로 접촉해서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며 “보고가 완성되는 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진의 파악’과 관련해 그는 “우리 말이 아닌 타스·로이터 등 외신을 통해 들어와 번역 보도된 것이어서 원문의 뉘앙스가 다르다”며 “최 부상 말의 원문 의미를 파악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의 언급이 예상치 못한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에 여러 우여곡절이나 어려움과 난관도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북한과 물밑 접촉을 하면서 북미 회담의 끈을 다시 잇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이 ‘남북 경협’ 등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우리 측을 상대로도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고 있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 부상은 이날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도우려 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중재자가 아닌 플레이어(player)”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남북 관계마저 틀어질 위기 속에 문 대통령은 중국과는 사드 문제, 일본과는 강제진용 판결 등으로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어 북핵 협상의 ‘우군’을 확보하기가 점점 더 어려운 외교적 환경에 처하고 있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거센 공방 속에서도 원색적 비난은 자제하고 있어,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필요한 공간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부상은 이날 미국과의 협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이 볼턴 보좌관 등을 겨냥한 것으로, 정상간 협상의 판을 완전히 깨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아세안 3개국 순방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관련한 메시지를 줄이고 남북 경협 문제도 꺼내지 않는 등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 부상의 발언과 관련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프놈펜=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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