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한국에 남북경협 지렛대(레버리지)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남북경협 확대 등의 여지를 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문 대통령이 한국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줄 평화 주도권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불확실한 미래를 막기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현지시간) 문 특보는 외교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에 ‘한반도 프로세스의 다음 단계, 서울이 하노이회담 이후를 낙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의 요구는 너무 컸고 북한의 제안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실패로 이어졌다”며 “다음 단계부터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 극단 사이에서 한국이 중간지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이 (촉진자 역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미국은 한국에 남북경협에 대한 유연성 확대와 같은 지렛대를 허용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문재인 정부가 하노이에서 북미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따른 정치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시기에 그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줄 평화 이니셔티브에 베팅한 것”이라며 “오는 2020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고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면 문 대통령은 쉽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 재앙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소한 언행을 자제하고 북미 양국이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북미관계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사소해 보이는 도발적 레토릭이나 행동이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상호 언행 자제가 북미 협상 소생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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