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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저급한 술과 상류사회]술 마시는 '공간'에 얽힌 이야기

■루스 볼 지음, 루아크 펴냄





1714년 로버트 월폴을 시작으로 1762년까지 영국의 역대 총리를 거의 모두 배출해낸 곳이 있다. 바로 와인바 ‘키트캣클럽’이다. 당대 총리뿐 아니라 유명 작가와 예술가 등이 모두 이 클럽의 회원이거나 클럽과 관련 있는 인물이었다. 처음 와인바는 부유한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면서 사교 모임을 열던 장소였지만 당대 지식인, 예술가, 정치인들이 인맥을 넓히기 위해 자주 찾으면서 클럽이 만들어졌다. 이 클럽 덕분에 와인바는 영국의 정치, 사회, 문화, 영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술은 유흥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데 크게 영향을 끼쳤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공간은 새로운 문화와 상품이 번성하는 토대가 됐다. 신작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의 저자 루스 볼은 여섯 공간을 꼽아 이를 둘러싼 숨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난한 여행자들의 쉼터였던 여관, 상류층의 사교장이었던 와인바, 서민 공동체의 주춧돌이었던 선술집, 예술가와 학자들의 아지트였던 커피하우스, 하층민의 애환을 달래준 한잔집, 소외된 여성들의 해방구였던 티하우스가 그것이다. 주류 전문가인 저자가 전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영국국립도서관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50여 장의 진귀한 일러스트와 만나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2만1,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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