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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모터쇼, 가전쇼 CES와 생존경쟁...체질 못바꾸면 도태"

<정만기 서울모터쇼조직위원장>

車, 움직이는 IT디바이스로 진화

친환경차 개발로 무게 중심 이동

개성 넘치는 콘셉트카 관심 줄어

먹고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제공

미래차 경연장 등으로 변신 모색

위기의 車산업, 노동유연화 시급

요즘 모터쇼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서울모터쇼도 돌파구 모색이 절실하다. 정만기 서울모터쇼조직위원장은 “신산업과 미래차 신기술을 선보이는 ‘모빌리티쇼’로의 변신을 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권욱기자






지난 1월 말 개봉한 영화 ‘뺑반’을 보면 포뮬러1(F1) 레이서 출신 사업가 정재철이 즐겨 타는 콘셉트카가 등장한다. 배우 조정석이 열연한 정재철은 콘셉트카 버스터로 광란의 질주를 하며 사고를 치고 다닌다. 그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버스터는 눈길을 끌 만했다. 버스터같이 화려한 디자인과 날렵한 차체로 무장한 차를 얼마 전까지는 모터쇼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향후 개발할 자동차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자동차사들이 막대한 투자비에도 콘셉트카를 개발해 모터쇼에서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모터쇼에 가더라도 콘셉트카를 보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차에 정보기술(IT) 접목이 활발해지고 친환경차 개발로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커넥티드카나 수소전기차가 주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들도 이전처럼 모터쇼에서 선보일 콘셉트카에 공을 들이기보다 새로운 친환경차 소개에 많은 공간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모터쇼에서 화려하면서도 톡톡 튀는 개성의 콘셉트카를 구경하고 싶은 관람객들로서는 실망스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와 소비자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했던 모터쇼를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도 예전만 못하다. 세계 유명 모터쇼가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는 이유다. 매년 1월 열리던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같은 시기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쇼(CES)를 의식해 내년부터 개막을 6월로 연기하기로 했을 정도다.

서울모터쇼도 예외가 아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변신을 꾀하지 않으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모터쇼의 위상이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서울모터쇼가 올해로 12년을 맞았다. 오는 29일부터 4월7일까지 열흘 일정으로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서울모터쇼를 총괄 지휘하는 정만기 서울모터쇼조직위원장(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을 최근 만났다.

-CES와 같은 전자쇼에 비해 모터쇼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인 모터쇼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이제 모터쇼가 아니라 가전쇼를 찾아가고 있다. 매년 1월 열리는 CES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이것은 자동차산업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IT 디바이스로 변모하며 완성차업체는 물론 IT·배터리·엔터테인먼트 등 자동차산업 플레이어들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산업이 수평적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용대비 효과가 적다’는 등의 이유로 모터쇼 참가규모가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참석 여부를 저울질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현실에서는 더 이상 신차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 변화를 극복해나갈 대안은.

△올해 서울모터쇼의 주제를 ‘Sustainable·Connected·Mobility(지속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으로 정한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세 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앞으로 발전방향을 모색할 계획인데 지속가능한 에너지, 커넥티드 기술, 모빌리티 등 신산업과 미래차 기술을 선보이는 전시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겠다. 그동안은 매회 다른 주제로 진행돼왔는데 올해부터는 ‘지속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 주제는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을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참가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신기술을 선보이는 전시를 만들어가겠다.

-미래 자동차의 핵심인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전시장에서는 어떻게 보여줄 계획인가.

△전시회장에는 ‘서스테이너블 월드(SUSTAINABLE WORLD)’라는 테마관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현대자동차의 넥쏘와 수소 관련 기술 전시, 한국전력·동서발전 등의 에너지 기업, 수소 융합 얼라이언스 소속 기업 등이 참가해 ‘지속가능 에너지를 통한 친환경적 진화’를 선보인다. 처음 시도하는 부분이지만 잘 준비해 앞으로 서울모터쇼의 핵심 콘텐츠가 되도록 육성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수소차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수소경제 로드맵 정책과는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

△정부의 로드맵을 보면 수소 모빌리티 산업을 진흥하고 수소 연료전지 보급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기준도 제정할 계획이다. 현시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수소전기차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다. 수소전기차는 시장 선점을 누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우리는 수소경제에서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강점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번 모터쇼의 주제 중 하나를 ‘서스테이너블’로 선정한 것도 우리가 지닌 수소산업에 대한 뛰어난 기술경쟁력과 정부의 의지를 일반 대중, 나아가 경쟁 국가들에 보여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모빌리티쇼’로 체질을 바꾸려면 볼거리·즐길거리가 많아야 하는데….



△서울모터쇼는 국내 최대의 관람객 수를 자랑했지만 산업과 생활패턴이 급변하는 요즘에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관람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새로운 전시품목과 이벤트 개발이 필요한 까닭이다. 지금까지는 먹고 즐길 수 있는 휴게시스템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부터는 ‘푸드-테인먼트 월드(Food-tainment World)’ 주제관을 새로 구성해 관람객들에게 먹거리·즐길거리를 제공하도록 할 예정이다. 차 구경도 하면서 맥주도 마실 수 있는 공간 창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CES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처럼 바이어들이 상담도 하면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지역과 연계된 관광프로그램 개발 등도 절실하다. 모터쇼가 지속가능하려면 국내 관람객도 중요하지만 해외 바이어를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 지금 잘 나가는 해외 IT전자쇼가 성공을 거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CES와 MWC를 둘러보고 성공 요인을 더 면밀히 분석하셨는데.

△CES의 경우 소비자가전쇼라는 이미지를 털어버리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다고 한다. 그들의 선택은 소비자기술시장(Consumer Technology)으로의 외연 확장이었다. 기술시장으로 변모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정체성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비누와 위생용품 등을 생산하는 P&G를 비롯해 화장품업체인 로레알 등 전자제품 생산기업이라고 볼 수 없는 다양한 업종의 업체들이 참가했다. 거기에는 완성차와 부품업체들도 포함돼 있다. 소비자시장의 가장 큰 분야인 자동차산업을 끌어안은 것이다. 발상의 전환에 따른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CES는 일반 관람이 제한되고 사전에 업계 관계자의 검증을 통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전시회를 지향한다. 바이어들이 많이 모이니 이들을 잡으려는 기업들이 대거 전시회에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서울모터쇼에 미국 테슬라가 처음으로 참여하는데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나.

△테슬라는 3월 열리는 제네바모터쇼에도 불참할 만큼 세계 모터쇼 참가를 보수적으로 고려한다. 2015년부터 테슬라에 서울모터쇼 참가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설득이 쉽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테슬라의 이번 서울모터쇼 참가는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 악화로 인해 지난해 전기차가 약 3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친환경차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 같다.

최근 모터쇼의 위상 추락은 자동차산업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자동차산업 전반에 활기가 있어야 모터쇼에도 생기가 돌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경기 둔화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그래서 서울모터쇼에도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 위원장도 이 부분을 걱정했다.

-중국시장 위축 등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위기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해외시장 접근의 어려움, 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 등 여러 난제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생산 경쟁력 약화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고착화돼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 맞춤형 생산이 중요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임금 수준과 구조, 노동유연성은 경쟁력이 없다. 인도·멕시코 등 신흥국 자동차업계가 임금 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기술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경·안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를 도입해 기술종속과 산업경쟁력 하락을 불러온 측면도 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안은.

△미래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 차원에서 법·제도 개선을 통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과 함께 연비·배출가스 등의 환경규제, 안전과 소비자 관련 규제도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혁신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노사문제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생산성 증가 범위 내에서 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4차 산업혁명 확산과 맞춤형 생산대응 위한 노동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친환경차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선순환적 부품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력사에 금융·기술·교육 등 지원을 늘리는 것과 함께 글로벌 공정경쟁이 가능하도록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 shim@sedaily.com

He is

1959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고, 서울대 국민윤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10낭테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후 산업자원부 산업통상기획관,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2014년 대통령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을 거쳐 2016년 8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지냈다. 무역진흥·산업기술개발·통상 등 여러 분야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시야가 폭넓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해 1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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