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8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제안한 베네수엘라 결의안을 차례로 표결에 부친 끝에 모두 부결 처리했다. 5개 상임이사국이 서로 거부권(veto)을 행사한 결과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은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러시아와 중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각각 지지하고 있다.
결의안으로 채택되려면 이들 5개 상임이사국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가운데 전체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 가운데 최소 9개국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먼저 미국이 발의한 결의안은 9개국의 찬성으로 가결정족수를 채웠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된 지난해 5월 대선의 불공정성을 비판하고 각국 옵서버의 참관하에 선거를 다시 치르자는 내용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구호 물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어 러시아가 마련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고, 이번에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적도기니 등 4개국이 찬성했다. 이 결의안의 내용은 마두로 대통령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원조 물품을 일단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결의안 표 대결’을 통해 베네수엘라 사태를 놓고 양분된 국제사회 역학구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개최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미국·영국·프랑스와 중국·러시아는 각각 과이도 의장과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면서 노골적인 설전을 이어간 바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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