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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악몽 돼선 안 된다

송영규 여론독자부장

전면적 제재완화 요구하는 北

核검증 등 실질적 조치는 거절

한반도 신냉전 찬바람 거세질듯

韓, 진영 떠나 최선의 역할 찾아야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후 나온 백악관의 “현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발표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매우 훌륭하고 건설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상투적 발언은 아무런 위안도 되지 않는다. 앞으로 몰아칠 북미정상회담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회담 직전에 가졌던 일말의 희망은 싸늘하게 식었고 불안과 두려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회담 직후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 이유에 대해 “제재가 쟁점이었다. 북한은 모든 제재를 풀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협상이 틀어졌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얻어낼 만한 진전된 조치를 내놓지 않은 탓이다.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없이도 영변 핵과 제재완화를 맞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상상에 빠진 결과다.

뒤돌아보면 이런 상상을 북한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북한이 비핵화의 진전된 방안을 내놓는, 과거와 전혀 다른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망각했다.

회담이 의미를 가지려면 영변 핵 시설 동결 또는 폐기로는 부족하다. 핵 관련 시설의 진정한 불능을 확인할 수 있는 신고와 검증 같은 조치들은 합의 이행을 위한 첫걸음이 담보돼야 했다.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보증서를 받기 전에 북한의 경제 숨통을 틔워준다면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다. “미사일도 빠졌고 핵탄두무기 체계도 빠졌고, 목록 신고 같은 것들에도 오늘 우리가 합의하지 못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제재 완화에 필요한 최소조건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역시 내세울 카드라고는 ‘핵’ 하나밖에 없는데 이를 통째로 넘겨준다면 앞으로 협상 때 내밀 카드가 사라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톱다운’이라는 새로운 방식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는 피해야 할 시나리오였지만 결국 현실이 돼버렸다. 당분간 북미관계가 급격히 나빠지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신뢰관계가 깨진 이상 진전도 쉽지 않다. 어쩌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지도 모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카드를 거부한 만큼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대북 제재는 더 폭넓고 강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이번 협상의 여파가 단순히 남북과 북미에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이미 북한의 강력한 지원군이자 동맹자로 발을 담갔고 러시아도 대미 견제 차원에서 북한을 미는 분위기다.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은 이번 협상 결렬로 군사력을 더 키울 핑계를 찾았다. 한반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전선이라는 신냉전의 찬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수 있음이다.

기대했던 하노이의 봄바람은 삭풍이 됐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니라 이 땅에서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몫이다. 안타깝지만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숙명이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다. 우리 현실을 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살고 죽는 문제가 눈앞에 떨어졌는데 진보가 무엇이고 보수가 무엇인가. 이젠 변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하는 이 비극적인 상황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찾기 위해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자고 일어나도 계속되는 어둠을 걷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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