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 선언을 했다. 같은 해 9월 2일 미국 전함 미주리호에서 맥아더 연합국 최고사령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항복문서에 사인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뒤에도 쿠릴열도 점령을 위한 구소련 스탈린의 작전이 계속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태평양전쟁이 실제로 종결된 것은 소련이 쿠릴 작전을 완수한 9월 5일이었다는 것이다.
신작 ‘종전의 설계자들’의 저자 하세가와 쓰요시는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이 사흘간의 역사를 더듬어간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 샌타바버라 캠퍼스의 역사학과 교수로 일본계 미국인이자 러시아사 전공자다. 소련 붕괴 뒤 아주 잠시 공개됐던 기밀문서와 미국 문서보관소의 자료들, 일본 관료와 군인들의 수기 및 증언을 토대로 태평양전쟁 종결 문제를 미국과 일본, 소련 3국을 중심으로 다뤘다.
책은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자마자 역사학계를 뒤집어놨다. 일본을 항복하게 한 결정타가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였다는 기존의 통설을 부정하며 소련의 태평양전쟁 참전이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부차적으로만 거론돼온 소련의 역할에 주목해 스탈린을 태평양전쟁 드라마의 조연이 아닌 주역으로 세워 종전사 연구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3만3,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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