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헬스장으로 향한다. 이를 악물고 역기를 들어 올리고 뻘뻘 땀 흘리며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충분히 쉬어도 모자랄 판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는 이런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것일까. 겉으로는 “건강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은 TV에 나오는 스타들처럼 멋들어진 몸매를 갖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 뉴스쿨 대학교 교수인 마크 그리프가 쓴 ‘모든 것에 반대한다’는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획일적인 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운동 강박증’을 낳는 헬스장, 깊은 사유 없이 ‘좋아요’만 눌러주면 장땡인 인터넷의 콘텐츠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오른다. 관음증으로 가득한 ‘관찰 예능’과 절제를 모르고 음식에 탐닉하는 ‘먹방’도 저자의 비판적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약간은 반(反)사회적인 느낌을 풍기는 이 책은 그러나 철없는 이상주의자처럼 ‘모든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잘못된 관습과 억압에 반대하는 대신 자유로운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품어 안고 사람과 사람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희망을 긍정한다. 2008년부터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를 책으로 묶었는데 10년 전에 쓴 글조차 시의성이 충분하다고 여겨질 만큼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긴요한 통찰을 안겨준다. 1만7,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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