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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 김원봉 조카 “김원봉 서훈, 친일파에 경각심 불러일으킬 것”

약산 김원봉의 11남매 가운데 막내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김학봉 여사가 24일 별세하자 미국에 거주해온 차남 김태영(62) 씨가 25일 오후 귀국, 밀양시내 모친 빈소를 지키고 있다./연합뉴스




경남 밀양 출신으로 대표적 항일 무장독립투쟁가로 꼽혔던 약산 김원봉(1898∼1958) 기념사업회가 사후 61년만인 오는 11월께 발족할 것으로 보인다.

일제 강점기 중국에서 결성된 의열단 단장에 이어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약산은 1948년 남북연석회의 참석차 월북 후 그대로 북에 머문 전력 등으로 남은 물론 북으로부터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해 ‘불운의 독립운동가’로 불렸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허용하지 않아 한국에서도 약산 기념사업회는 발족하지 못했다.

약산의 11남매 가운데 막내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김학봉 여사가 24일 별세하자 미국에 거주해온 차남 김태영(62) 씨가 25일 오후 귀국, 밀양시내 모친 빈소를 지켰다.

김 씨는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삼촌인 약산 김원봉 기념사업회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오는 11월께 서울에서 기념사업회를 발족할 것”이라며 이만열·한홍구 교수 등과 의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념사업회가 발족하면 의열단 독립운동 정신 계승은 물론 중국 독립운동 현장 등 역사기행, 대학생들에게 역사 가르치기 등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업회가 서울서 발족하더라도 부회장은 밀양 사람이 맡는 등 방법으로 밀양지역과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연좌제 고통 등 동족상잔과 전쟁의 아픈 역사 속에서 모진 가족사를 몸으로 겪었던 김태영 씨는 26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맨손으로 사업을 하며 백인 주류사회의 신뢰를 얻었다고 한다.

미국서 모친 권유를 받아 ‘의열단 약산 김원봉 장학회’를 꾸려 회장직을 맡아왔고,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위원회 이사도 맡고 있다.



그는 약산의 서훈 문제, 북미 회담 등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친일파들이 훈장을 많이 받았다. 남한에선 수많은 민족반역자한테 서훈했다”고 말을 시작했다.

김 씨는 “훈장은 국민을 위해 뭘 했는지, 진실이 뭔지 보고 주는 것”이라며 “약산의 서훈 문제에 개인적으로 크게 개의친 않지만, 상징성이 있는 만큼 서훈이 된다면 친일파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다고 서훈이 집안의 경사라든지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고 집안사람들은 지금껏 언론에 나서길 두려워했다고 밝혔다.

약산이 월북한 뒤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 남쪽에 남겨졌던 가족 가운데 약산의 형제 4명, 사촌 5명이 보도연맹 사건 등으로 총살당했고 김 여사의 부친은 연금 상태에서 별세했다.

김 여사의 남편도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본인도 경찰에 연행돼 모진 심문을 받았다.

김태영 씨 등 형제들은 고아원에 맡겨져 어렵게 학교에 다녔고 연좌제가 풀린 후 겨우 미국행 등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최필숙 부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학봉 여사가 북미 회담 후 종전선언이라도 보고 가셨으면…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사람한테서 오빠인 약산을 인정한다는 종이쪽지라도 한장 받았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김 여사 발인은 27일 아침 치러지며 밀양시 부북면 가족 선영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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