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평양냉면 집이 매년 한번 일희일비할 때가 있다. 바로 미쉐린가이드 발표 날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쉐린가이드 빕 구르망(Bib Gourmand) 발표다. 빕 구르망은 미쉐린 스타 발표 전에 일종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맛집 소개다.
미쉐린 마스코트 비벤덤(Bibendum)의 Bib과 식도락가를 의미하는 구르망(Gourmand)을 조합한 단어다. 미쉐린 스타는 1인당 식대가 평균 10만원이지만 평양냉면 집들이 속해 있는 빕 그루망은 3만5000원 이하 식도락들에게는 ‘맛집’으로 통하는 곳이다.
지난해 말에 발표한 2019 빕 구르망에 실린 평양냉면 전문점은 모두 7곳. 강북에 남포면옥, 우래옥, 필동면옥, 정인면옥과 강남에 능라도, 진미평양냉면, 봉피양 등이다. 미쉐린가이드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 온 2017년부터 내리 3관왕을 차지한 곳은 능라도, 봉피양, 정인면옥, 필동면옥 4곳이다. 남포면옥과 진미평양냉면은 2018년부터, 우래옥은 올해 처음 빕 구르망에 올랐다.
평양냉면 가게로는 새내기격인 개업 4년차 진미평양냉면, 6년차 정인면옥, 능라도가 원년부터 빕 구르망에 입성했다. 1946년 개업해 70년이 훌쩍 넘은 우래옥이 올해 처음 입성한 것을 보면 평가 기준에서 업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신흥 평양냉면 강자들의 2020 빕 구르망 입성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평양냉면 애호가들이 손꼽는 신흥 강자로는 서경도락(강남본점), 배꼽집(논현본점)이 있고 업력이 꽤 있는 평양면옥(장충동본점), 을밀대(마포본점)도 빕 구르망 후보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평양면옥은 현재 미쉐린 가이드의 또 다른 심볼인 ‘더 플레이트’에 올라있어 빕 구르망 입성에 가장 근접해 있다. 더 플레이트는 신선한 재료로 잘 조리된 음식을 기준으로 선정하는데 우리나라에는 2018년 도입됐다.
을밀대는 1976년 개업해 업력이 40년이 넘었지만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의 간택(?)을 받지 못했다. 미쉐린 가이드 측은 “공정성 유지를 위해 모든 평가를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체계적이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일관된 방법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필요한 경우 평가를 모두 마친 후에 평가원임을 밝히고 식당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문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능라도 강남점의 경우 2017년 평가원이 다녀간 후 빕 구르망 심볼을 받았다. 능라도 관계자에 따르면 동양인과 프랑스인이 2인 1조가 돼 평가를 진행했다. 이후로는 평가원이라고 밝히는 일 없이 3년 내리 빕 구르망에 선정됐다.
한편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되는 빕 그루망은 서울 3만5000원을 비롯 유럽 35유로, 일본 5000엔, 미국 40달러 이하의 훌륭한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미쉐린 마스코트 비벤덤이 입맛을 다시는 픽토그램으로 표시된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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