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론에 시달리는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이 소속 선수가 교체 지시를 거부하는 유례를 찾기 힘든 굴욕까지 당했다.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프로축구 리그컵(카라바오컵) 맨체스터 시티와의 결승. 0대0이던 연장 후반이 모두 끝나갈 무렵 사리 감독은 다리 근육 통증을 호소하고 응급 처치를 받던 선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에게 교체 사인을 보냈다. 교체 카드인 윌프레드 카바예로는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다.
하지만 아리사발라가는 계속 뛸 수 있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들어오라는 감독의 계속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격분한 사리 감독이 의자에 화풀이를 하고 로커룸 쪽으로 들어가려는 행동을 취했는데도 아리사발라가는 꼼짝하지 않았다. 결국 사리 감독은 대기심에게 찾아가 교체를 취소했고 첼시는 승부차기 끝에 3대4로 졌다. 카바예로는 맨시티에서 지난 세 시즌을 뛰고 첼시로 이적한 선수라 친정 선수들의 승부차기 습관을 잘 알고 있을 만했다. 하지만 사리 감독은 아리사발라가의 황당한 교체 거부에 카바예로 카드를 써보지도 못하고 졌다.
사리는 최근 잇따른 부진에 경질 위기에 놓인 감독이다. 아리사발라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사리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경기 후 사리 감독은 “카바예로의 페널티킥 선방을 기대하고 바꾸려던 것은 아니었다. 다리 경련인 줄 알고 교체하려 했으나 벤치로 돌아온 팀 닥터가 경미한 통증이라고 확인해줘 교체를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아리사발라가도 “내 몸 상태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그의 행동은 감독에 대한 명백한 항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설적인 선수 출신으로 BBC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루드 휠리트(네덜란드)와 앨런 시어러(잉글랜드)는 “100% 사리 감독을 무시한 행위였다”고 입을 모았다. 관심은 다음 경기 선발 라인업에 아리사발라가가 이름을 올릴지에 쏠린다. 첼시는 오는 28일 토트넘과 정규리그 경기를 치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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