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의 목을 졸라 질식시켜 죽이려 한 뒤 과자를 주는 격. 이래서 쇼라고 하는 겁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으로부터 정권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14일(현지시간) 유엔에서 미국의 기만적인 원조 제공과 쿠데타 지원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취재진과 만나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오는 23일 해외 원조 물품을 국내로 반입하겠다고 한 공언을 일축했다. 그는 “과이도가 통제하는 경찰이 단 한명도 없다. 과이도가 말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전혀 터무니가 없다”며 “정부를 통제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만이 데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인도주의 원조 물품 반입을 두고 마두로 대통령과 대립해온 과이도 의장은 지난 12일 열린 집회에서 오는 23일 구호 물품이 반입될 것이라며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반면 마두로 정권은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콜롬비아와의 국경 다리에 유조 탱크 등 장애물을 설치하고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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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이 제공한 2,000만 달러 상당의 원조 물품은 콜롬비아 쿠쿠타의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아레아사 장관은 “미국이 조직하는 원조는 대단한 ‘구경거리’”라며 “경제봉쇄의 손실이 300억달러가 넘는 가운데 미국은 소위 말하는 인도주의 원조 2,000만달러 어치를 보냈다”고 비꼬았다.
과이도 의장은 작년에 치러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연금이나 해외 피신 등으로 출마하지 못한 가운데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며 지난달 23일 자신을 새로운 대선을 주관할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들은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국제적인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잇단 제재가 마두로 정권보다 일반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날 아레아사 장관은 러시아, 중국, 이란, 쿠바 등 16개국 외교관들에 둘러싸인 채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유엔 헌장을 미국과 여러 남미 국가 등이 침해했다고 판단하는 그룹이 결성됐다”고도 말했다.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팔레스타인 측은 이날 약 50개국이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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