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차량은 다른 방향에서 비정상적으로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까지 대비할 의무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뒤늦게 진입한 오토바이와 충돌해 운전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피고인은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방 모(61)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방씨는 2017년 9월 자신의 승용차로 충북 진천군 소재 교차로를 지나다 오른쪽에서 주행하던 오토바이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 이 모(당시 82세)씨를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방씨의 차량은 교차로에 먼저 진입해 주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씨가 멈추지 않고 다른 방향에서 시속 45㎞가량으로 뒤늦게 교차로로 진입하면서 방씨 차량의 오른쪽 뒷문을 들이받았다.
검찰은 CCTV를 분석한 결과 방씨가 도로교통법상 의무인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그대로 주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방씨가 일시정지를 한 뒤 주위를 충분히 살폈다면 이씨의 교차로 진입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에 방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 진입할 때는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고 진입 전 일시정지를 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했다”며 방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도로교통법이 자신보다 뒤늦게 교차로에 도달한 차량이 정상적인 교차로 통행방법을 무시한 채 비정상적으로 진입하는 상황까지 대비해 일시정지 의무를 부과한 것은 아니다”며 방씨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다. 대법원도 “방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2심의 무죄 판단을 확정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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