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공사에서는 그동안 예산 부족, 토지보상 지연 등 발주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불가피한 공기 연장이 빈번히 발생해왔다. 이러한 경우 계약법에서는 계약금액 변경을 통해 발주자가 계약상대자에게 그 비용을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사에 직접 투입되는 자재비나 직접노무비 등은 변하지 않지만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현장 관리에 소요되는 간접노무비나 경비, 장비 임차료 등과 같은 간접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건설업계는 장기계속계약에서 총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 청구를 기각하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큰 당혹감에 빠져 있다. 단순한 판결 기각을 넘어 대다수 발주기관이 위 대법원 판결과 무관한 사안까지 판결에 근거해 공기 연장 간접비 지급을 축소 또는 거부하는 실정이다.
최근 관련된 조사결과를 통해서도 심각한 수준임을 엿볼 수 있다. 추경호 의원실 조사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계류 중인 간접비 소송이 260건, 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 기타 여러 이유로 소송을 포기한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최대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시가 집행한 12개의 도시철도사업 중 9개 사업(75%)이 공기가 지연된 것으로 조사돼 결국 공공건설 사업의 경우 대다수 사업에서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지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해결책이 없을까. 가까운 일본의 사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본 역시 그간 우리와 유사한 공기 연장 간접비 미지급 문제가 오랜 기간 발생해 지난 2015년 국토교통성 주관으로 계약문서 등 각종 규정 정비와 함께 ‘공사 일시중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현재 거의 대부분의 공공 발주기관에서 이를 책정, 운영함으로써 관련 문제를 해결했다.
구체적인 사례 제시를 통해 공기 연장 간접비 지급과 관련한 청구기준 및 분쟁방지를 위한 사전협의 절차, 간접비 산정기준 등을 상세히 마련해 적극적으로 계약상대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의 경우 현재 보상기준에서 제외된 공기만회를 위한 돌관 작업비용, 간접 노무인력의 해고·휴업 수당, 공사재개 비용 등을 폭넓게 보상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정부담 확대를 우려해 또는 개별·현장별 분쟁사례가 워낙 다양한 탓에 일반화된 정산기준을 마련함이 어렵다는 이유로 합리적인 공기 연장 간접비의 지급기준 마련에 소극적이었다. 일본의 사례를 정면교사 삼아 이제는 우리도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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