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대통령 체제에 들어선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자 중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측과 부채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의 정통 우방국으로 사회주의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던 중국이 태세전환에 나선 데는 베네수엘라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한 중국이 혹 정국 불안에 투자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까 하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외교관들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과이도 측 대표단과 부채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2007년 베네수엘라와 석유 합작 사업을 시작, 석유를 공급 받는 대가로 베네수엘라에 원조를 제공했다. 중국 상무부 추산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중국으로부터 500억 달러(약 56조원)에 달하는 차관을 들여왔고, 이 중 200억 달러(약 22억원)를 아직 갚지 못하고 있다. 자칫 이 투자금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중국 정부가 기존 동맹 체계를 구축했던 마두로 정권과 별개로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측과 손을 맞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남미 중국 관계 전문가인 에반 엘리스 미국 육군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위기가 커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새 정부와 척을 지고 싶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정성 차원에서 달걀을 다른 바구니(과이도 정권)에도 넣어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손익계산서를 따졌을 때 “과이도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되는 게 중국에도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라도 했다. 엘리스 교수는 “(미국으로부터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받고 있는) 과이도가 집권하면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해제 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이 다시 늘면 중국은 과이도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베네수엘라의 사실상 유일한 ‘돈 줄’인 석유 산업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하는 등 마두로 정권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이도 의장 또한 중국의 태세전환에 화답하며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과이도 의장은 앞서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과이도 국회의장 측 부채 협상은 상당한 난관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WSJ은 “베네수엘라 야당 국회의원들이 중국에 차관 계약 조건을 좀 더 투명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베네수엘라 임시정부의 차관 상환에 대한 ‘유예기간’ 논의 역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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