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책임자로 기소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운명이 24기수 아래 후배 판사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소장에 적시된 연루 판사들에 대한 추가 징계도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은 12일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해당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기소에 대비해 법원이 지난해 11월 신설한 3곳 중 한 곳이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합의부 부장판사들과 협의를 거쳐 연고관계,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한 후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배당을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게 된 박남천(52·26기) 부장판사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지난 1993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24기수 아래다. 그는 1997년 광주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의정부지법, 서울북부지법을 거쳐 지난해 2월 다시 서울중앙지법으로 발령받아 민사단독재판부를 맡았다.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거나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적이 없으며 23년간 일선에서 재판 업무만 담당해왔다.
박 부장판사는 양형이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에 서울북부지법에서 형사사건을 맡아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증인 신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2011년에는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3명에게 최대 징역 7년을 명령하기도 했다.
각종 혐의가 47개에 달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첫 재판 절차인 공판준비기일이 오는 3월 중순에 열릴 것으로 보여 정식 재판은 4월께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판준비기일은 사건의 쟁점, 검찰과 변호인단의 유무죄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자리라 양 전 대법원장은 법정에 나올 필요가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양 전 대법원장 등 판사들이 재판에 넘겨진 것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입장과 함께 연루 판사에 대한 추가 징계 계획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전직 대법원장 등이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심려가 크실 것”이라며 “사법부를 대표해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검찰 수사 결과를 확인해 연루 판사들에 대한 추가 징계도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적시된 사건 연루 현직 판사들에 대한 추가 징계와 재판 업무 배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법원 외부의 요청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백주연·윤경환기자 nice8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