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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외친 촛불정부서도 내로남불… MB·박근혜 때와 다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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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요즘 공정이 이 시대의 최고의 가치, 특히 젊은 세대들은 더더욱 그렇지 않습니까. 공정에 대해서 우리 정부에서 정말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확실히 드러나게끔 그런 노력도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말이고 뒤는 지난달 24일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함께 공정경제는 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이자 핵심 가치이다. 하지만 집권 3년차에 들어서며 경기 악화와 함께 한꺼번에 표출된 여러 악재에 대한 여권의 내로남불식 위기 대응에 ‘공정의 가치’도 흔들리는 형국이다.

정부가 균형발전을 앞세웠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처방으로 대규모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을 발표하고 그토록 비판했던 ‘토건 정부’로의 회귀 모습을 보이자 “이중적인 잣대로 국정을 운영해온 것인가?”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김태우·신재민의 의혹 폭로, 손혜원 의원 논란에 이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법정구속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으로 규정하면서 일제히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집단적 사법부 때리기가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국가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설 명절에 청취한 민심을 전하면서도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굉장히 높았다.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법농단에 관여한 판사가 아직도 법대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설 민심을 앞세워 재판 불복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또 예타 조사 면제에 대한 당위성도 강조했다. “균형발전 숙원사업은 하나같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토대가 될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두고두고 지역의 효자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3년차의 잇단 악재와 이에 대한 ‘내로남불 대응’에 이어 설 민심조차 아전인수식 해석에 급급하는 모습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의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게 하고 있다. 경제 악화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내로남불 정치’에 공정의 가치마저 무너진다면 문재인 정부가 잘되기를 바라는 지지층에게도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 위한 토건사업 없다더니...예타 면제, 남이 하면 적폐 내가 하면 균형발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부양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당장 1~2년의 경기부양을 두고 이 작업이 추진됐다기보다는 10여년의 안목을 보고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정부가 지난달 29일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24조 1,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23개 사업을 발표하면서 가장 앞세운 것은 ‘균형발전’이다. 과거 보수정부가 예타를 면제하면서 추진했던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건사업과는 다르게 국가균형발전의 목적을 위해 추진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은 적폐대상이다. 하지만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지원 사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가 악화되자 대규모 SOC사업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23개 사업중 대통령 공약사업이 11개인 것으로 나타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보다 정치적 고려가 앞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별 나눠주기식 선심성 배정과 함께 과거 예타에서 떨어진 7개 사업이 부활하고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만 4개 사업에 6조 7,000억원이 배정된 것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현재까지 확인된 예타 면제 사업은 총 61개 53조 7,000억 규모다. 예타 면제 규모가 가장 컸던 정부는 88개 사업 60조 3,100억을 면제했던 이명박 정부다. 현 정부는 출범 만 2년도 안돼 이미 역대 최대 기록에 육박한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예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거름망인데 정부가 내년 총선을 위해 정무적 판단으로 예타를 대거 면제한 것은 초법적 위법적 불법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묻지마식 토건재정 확대로 경기부양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은 수년 뒤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똑같은 판사의 박근혜 실형 선고 땐 “환영, 존중” 김경수 판결엔 “사법 적폐”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경수 경남 지사의 1심 재판을 맡은 특정 판사와 사법부에 대해서 무차별적인 공격에 나서며 한 말이다. 민주당은 성창호 부장판사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측근이자 사법농단 관련자라고 규정하고 ‘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친문성향 지지자들은 재판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판레기(판사+쓰레기)라는 표현까지 등장시켰다.

이에 대해 “집권여당이 자의적 판단으로 사법 불신을 앞장서서 조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집권여당의 행태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음에 안드는 판결을 하면 판사가 잘못된 사람이고 마음에 드는 판결을 하면 훌륭한 판사라는 태도는 옳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집권여당이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법조계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하고 있는 행태가 스스로 말했던 사법농단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판결이 나올 때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재단된다면 앞으로 어떤 국민이 판결을 믿을 수 있을 것이며 사회 갈등이 조정될 수 있겠는가”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김경수 구하기’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김경수 지사 재판을 맡은 판사를 사법농단 법관으로 몰면서 사법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밀어붙이기로 한 것이다. 정책에서 재판까지 과거 보수정부와 다를 게 없는 ‘내로남불 정치’의 여권을 보며 ‘신뢰의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정법 기자 gb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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