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인 제주도에는 세계적으로 이름 난 예술가의 ‘건축 명소’도 많다. 바다 구경을 하고 맛난 먹거리를 즐기는 틈틈이 건축 명소를 골라 찾아가면 독특한 양식과 세련된 미감을 품은 대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방주교회는 재일교포인 이타미 준(1937~2011)이 설계한 건축물이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본떠 만든 이 교회는 연못 위에 올라서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데 연못 바로 앞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물 위를 항해하는 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삼각형의 모자이크 무늬로 이뤄진 교회 지붕은 운치를 더한다. 평생에 걸쳐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탐구해온 작가의 대표작답게 방주교회는 인공적인 양식의 건축물과 푸른 하늘 위로 높이 솟은 나무들이 멋지게 어우러지면서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전임 담임목사가 제기한 법적 소송 때문에 지난해 8월 말 이후 교회 운영이 중단된 상태임에도 이곳은 외관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여행객들로 늘 붐빈다.
서귀포의 리조트인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 안에 있는 ‘글라스하우스’도 놓치면 아쉬운 건축물이다. 일본 출신의 유명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는 성산 일출봉이 훤히 보이는 자리에 우뚝 서 있다. 마치 두 팔을 벌리고 선 듯 양옆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이 건물 1층에 마련된 ‘지포뮤지엄’은 이름 그대로 세계적인 라이터 회사인 지포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박물관이다. 미국 본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이 박물관에는 각종 라이터와 모형 등 1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2층에는 레스토랑이 자리하는데 ‘오션뷰’를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자리는 워낙 명성이 자자해 성수기 때 이용하려면 한참 전에 예약해야 한다.
이 밖에 기하학적인 외관 디자인이 돋보이는 본태박물관, 제주도의 상징인 물·바람·돌을 테마로 삼은 수풍석(水風石) 박물관 등도 시간이 남는다면 둘러보면 좋을 건축 명소들이다. /글·사진(서귀포)=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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