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이 정부의 ‘노딜 브렉시트(구체적인 합의가 없는 브렉시트)’ 재원을 봉쇄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의회가 테리사 메이 정부에 노딜 브렉시트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8일(현지시간) 이베트 쿠퍼 노동당 의원 등이 상정한 재정법(Finance Bill) 수정안을 찬성 303표 대 반대 296표로 통과시켰다. 의회 동의 없이는 정부가 노딜 브렉시트 준비를 위한 재정지출을 못하도록 차단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번 표결은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주요 조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마이클 팰런 전 국방장관, 저스틴 그리닝 전 교육장관 등 20명의 집권 보수당 의원까지 찬성표를 던져 메이 정부에 부담을 안겼다.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를 코앞에 두고 보수당 내 심각한 분열이 확인된 셈이다. 하원은 또 노딜 브렉시트를 막는 빈스 케이블 자유민주당 대표의 개정안까지 상정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 수정안 역시 의회 승인 없이 브렉시트에 쓰일 세금을 징수할 수 없도록 저지하는 법안이다.
영국은 오는 3월29일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지만 하원이 15일 표결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대혼란이 예상된다. 야당과 보수당 내 일부 강경파는 합의안에 담긴 ‘안전장치(backstop)’ 조항에 따라 최악의 경우 영국이 EU에 잔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영국과 EU는 영국에 속한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간 ‘하드보더(엄격한 통행 및 통관 제한)’를 피하기 위한 미래관계를 정립하기로 했으나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안전장치에 따라 영국은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남아야 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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