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9일 우리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가 신청한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 신청을 승인함에 따라 우리 정부에 2개국 협의를 요청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레이더 논란 등으로 대립을 거듭하며 악화한 한일 관계가 한층 험악해질 가능성이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가 실제로 이뤄지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우리 정부에 ‘2개국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청구권협정에 의한 2개국 협의 요청이 이뤄진다면 사상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일본 정부는 이 협의에서 압류 중단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제3국 위원도 참여하는 중재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한일 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재판이 열리지 않지만, 일본 정부는 제소를 통해 ‘재판 및 압류 조치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에 실제로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 인상이나 일본 내 한국 기업의 자산압류로 맞대응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관세 인상도 제도상으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NHK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를 검토하도록 각 성청(省廳·부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정부는 우리 법원이 압류 신청을 승인했어도 실제 집행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이전에 한국 정부가 양국 간 극한 대립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길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주 들어 중국을 방문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더욱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라는 아베 총리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협조가 긴요하다는 점도 일본 측으로서는 고려해야 한다. 한 외무성 간부는 교도통신에 “신일철주금에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있다”며 “아직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전날 신일철주금 피해자 변호인단이 신청한 신일철주금 한국 자산인 PNR의 주식 8만1,075주에 대한 압류를 승인했다. 이에 신일철주금 측은 “일본 정부와 협의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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