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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학회]'인내' 강조한 파월...긴축 급브레이크 건 2016년 답습하나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긴축정책 선회 강하게 시사

지난달 고용지표 호조에도 비둘기 발언...투자자 고무

"사퇴는 없다" 쐐기...트럼프 통화정책 개입 방어막도

벤 버냉키(왼쪽부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등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의 경제·금융통화 정책을 책임졌던 3인방이 지난 4일(현지시간) 전미경제학회 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전미경제학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2월 시장의 불안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증시 추락에 기름을 부었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세계 경제학계 최대 행사인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며 지난해부터 시장에 팽배하던 연준발 긴축 공포를 잠재웠다.

경제학자 1만3,000여명이 모인 자리에 현직 연준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참석해 시장의 집중 관심을 받은 파월 의장은 학회 첫날인 지난 4일(현지시간) 전직 연준 의장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올해 통화정책을 경제상황에 따라 신속하고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으며 물가가 안정적인 상황이면 금리정책에 인내심(patient)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연준이 역사적으로 상황에 따라 정책을 조절해왔으며 “항상 정책 기조를 크게 바꿀 준비가 돼 있다”면서 “올해가 2016년과 같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연준이 긴축 행보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던 2016년을 언급했다. 연준은 2016년 당시 네 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으나 중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금리 인상을 보류하고 연말에 한 차례만 금리를 올린 바 있다. 2016년에 대한 언급은 올해도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확산하면 2016년 같은 정책 변화를 단행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정책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조절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며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연초 미 경제계의 최대 행사인 전미경제학회에 파월 의장이 재닛 옐런,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함께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연준 통화정책의 기조 변경이 사실상 발표되자 행사장인 매리엇마르키즈호텔은 크게 술렁였다. 이날 학회에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중남미 등에서 1만3,000여명의 경제학자 및 정책 당국자, 기업인·금융인 등이 참석했다. 시장에서는 메가톤급 뉴스가 발표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는 분석과 함께 파월 의장이 시장이 정확하게 기대했던 선물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미경제학회장인 버냉키 전 의장이 파월을 직접 초청하며 시장 불안을 잠재울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투자자와 시장을 크게 고무시킨 것은 절묘한 타이밍도 한몫했다. 전현직 연준 의장 3인방의 공동 인터뷰에 앞서 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31만2,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17만6,000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미국 경제의 호조세를 확인하는 지표였지만 시장은 잔뜩 긴장 상태였다. 그간 연준이 고용지표가 강세를 보이면 매파적인 통화 긴축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데 파월 의장이 오히려 비둘기를 띄우자 시장이 한층 고무된 것이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을 사실상 연준이 오는 3월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도 문제가 된다면 주저 없이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비둘기 신호를 극대화했다.

한편 이날 연준 의장들의 공동 인터뷰를 진행한 닐 어윈 NYT 선임기자가 연준 의장의 거취 논란을 정리할 질문을 던지자 파월 의장은 단호하게 “사퇴는 없다”고 쐐기를 박아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며 시장에 남은 일말의 불안감까지 해소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임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기자가 묻자 한마디로 “노(no)”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계속된 반대와 비판에도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파월 의장 해임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 충격을 줬다. 법률적으로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백악관이 연준 수장을 교체하려면 사임을 요구하고 이를 당사자가 수용하는 길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공개적으로 사임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그의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투자자들에게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면서 “연준은 정치활동과의 분리에 매우 강한 문화를 갖고 있고 정치가 아니라 경제지표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연준 인사들의 DNA에 확고히 형성돼 있다”고 단언했다.

/애틀랜타=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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