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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커지는 공시지가 관치 논란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산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 되고 있다. 갑작스런 ‘세금 폭탄’을 우려해 온 공시가격 반대론자들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이번 개입은 공시가격 현실화를 지지해 온 이들에게도 당혹감을 주고 있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시가격 산정 시스템을 기대해 왔는데, 이번 정부의 개입은 그런 기대와 한참 동떨어진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시도한 공시가격 산정 개입은 기준도, 절차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국토교통부의 담당자가 감정평가사들에게 고가 주택·토지의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라고 ‘구두 지시’를 내리고, 일반 표준지에 대해서도 ‘공시참고가격’이라는 것을 제시해 공시가격 조정을 시도 했다. 그러다가 감정평가사들의 뭇매를 맞고 이틀 만에 공시참고가격을 철회했다고 한다. 고가 주택과 토지 중에는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두 배로 올라 벌써부터 조세 저항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토록 허술하게 개입하려고 한 부동산 공시가격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7가지 조세 항목을 비롯해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60여 개 분야에 활용되는 광범위하고도 핵심적인 지표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목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공시가격은 현실과 너무도 괴리돼 있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단독·다가구 주택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괴리가 너무도 심해 어떤 집들은 공시가격에서 땅값인 공시지가를 빼 건물값을 계산해보니 마이너스가 나왔다고 한다. 대부분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급 주택들이었다. 조세 형평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파급력이 큰 정책 사항을 결정하는 데 로드맵도, 공문도, 심지어 어떤 기준으로 참고 가격을 산정했는지도 아무 것도 공개된 것이 없다. 이런 식의 원칙 없는 절차는 언제든 정권의 입맛에 따라 변형되고 악용될 수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당장의 목표와 성과에 매몰돼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의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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