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는 돼지띠가 접수합니다.”
박결·고진영·김효주부터 박상현·김시우까지….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띠 스포츠 스타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돼지띠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강인하고 침착하다고 한다. 돼지의 한자 ‘돈(豚)’은 발음이 돈(화폐)과 같아 재물을 뜻하기도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돼지띠 스타들이 많다. 1일 현재까지 확정된 2019시즌 시드권자 97명 가운데 미국파를 포함해 10명이 돼지띠다. KLPGA 투어 국내파 중에는 박결(삼일제약)이 눈길을 끈다. 1996년 1월9일생인 박결은 지난 2018년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무관의 한을 풀었다. 2014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그해 인천아시안게임 여자골프 종목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KLPGA 투어 시드전을 1위로 통과해 2015년 기대 속에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프로 무대에서 준우승 여섯 차례로 정상 문턱을 맴돌다 지난해 10월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박결을 뺀 다른 9명은 모두 1995년생이다. 2018년 ‘히트상품’ 김아림(SBI저축은행)을 빼놓을 수 없다. 장타 1위(평균 259.17야드)에 오른 김아림은 5월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에서 ‘여제’ 박인비(31·KB금융그룹)를 맞아 명승부 끝에 준우승하며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렸고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냈다. 역시 장타자인 김민선(문영그룹)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1승씩(통산 4승)을 거두다 우승을 걸렀던 2018년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생각뿐이다. 통산 1승씩을 기록한 김보아(넥시스)와 정슬기(휴온스), 미국에서 돌아와 재기를 꿈꾸는 백규정(SK네트웍스), 그리고 서연정(요진건설), 최은우(볼빅) 등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멤버로는 고진영(하이트진로)과 김효주(롯데)가 1995년생 돼지띠들이다. 고진영은 LPGA 투어에 데뷔한 2018년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해 2월 데뷔전이었던 호주 여자오픈을 제패하는 등 25개 대회에 출전, 우승 1회와 준우승 1회를 포함해 열세 차례 톱10에 입상했다. 데뷔전 우승은 67년 만에 나온 LPGA 투어 대기록이었다. 김효주는 돼지띠 해에 재도약을 노린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KLPGA와 일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승을 거두며 ‘괴물’ 소리를 들었던 김효주는 국내 통산 9승을 거둔 뒤 2015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2014년 초청 출전한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했던 그는 LPGA 투어 통산 3승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이 2016년 시즌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이었을 정도로 성적이 이름에 못 미쳤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돼지띠 군단’은 박상현(36·동아제약)이 이끈다. 2018시즌은 박상현에게 최고의 해였다. KPGA 투어 13년 만에 나온 시즌 3승 선수가 됐고 생애 첫 상금왕에도 올랐다. 아시안 투어로 시야를 넓힌 그는 신인상을 받았으며 올해는 아시안 투어 성적을 발판으로 유럽 투어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됐다. 정상 도전 횟수가 눈에 띄게 많아진 현정협(36), KPGA 투어 통산 10승의 강경남(36)도 동갑내기들이다. 2018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우승에 빛난 전가람(24), 18홀 60타 기록 보유자인 ‘불곰’ 이승택(24·동아회원권)도 올해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스윙코치를 겸하며 ‘프로의 스승’으로 불리는 베테랑 모중경(48)은 전혀 녹슬지 않은 샷으로 새해를 맞았다.
해외파로는 ‘차세대 간판’ 김시우(24·CJ대한통운)와 왕정훈(24)이 있다. 김시우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2017년)을 포함해 통산 2승을 거뒀다. 왕정훈은 2016년 유럽 투어 신인왕에 오른 선수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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