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10가구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 이어 내년 강남구 개포동에서 약 2,000가구 규모의 ‘래미안블레스티지’도 입주가 시작되면서 강남권 주택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헬리오시티 입주가 주변 아파트 매매·전세 시세를 끌어내리는 가운데 추가 대단지 입주 여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 전셋값이 두 달 새 수억원씩 하락하고 있다. 전용 84㎡의 전세가격은 10월 말 만해도 12억 원이었지만 현재는 9억 원 수준이다. 전용면적 59㎡도 7억 원으로 같은 기간 2억 원 떨어졌다. 개포동 S공인 대표는 “헬리오시티, 래미안개포루체하임 등 강남권에 전반적으로 물량이 많다 보니 전세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버티던 집주인들도 이제 8억 원(전용 84㎡) 아래로 내려가면 그냥 임대하지 않고 실입주할 태세”라고 말했다. 지난달 부터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루체하임(850가구·일원현대재건축) 전용 84㎡의 전셋값은 현재 8억~9억 원 정도다.
입주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송파 헬리오시티도 전세 가격이 추가로 조정 중이다. 입주일 확정 직후인 지난 12월 초 전용 84㎡가 6억 5,000만~7억 원 선이었으나 현재 6억~6억5,000만 원까지 내려갔다. 10월께 시세 9억 원 기준으로는 두 달 새 3억 원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90만~110만 원짜리 보증부 월세 거래가 급증했다. 송파동 D공인 대표는 “입주일은 다가오는데 세입자들이 전용 84㎡ 기준 5억 원대의 낮은 전세를 찾고 있어 차라리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었다”고 말했다. 입주권(분양권) 가격도 하락했다. 지난 10월 실거래가격이 17억 803만 원이었던 전용 84㎡의 입주권은 이달 중순 14억 5,803만 원으로 2억5,000만 원 내려 앉았다.
이 같은 입주 여파는 주변 아파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 전세가는 한 달 전 8억 원에서 현재 7억 4,000만 원대로 하락했고 장지동 송파 파인타운 단지 전용 84㎡ 전셋값은 5억 원 선이 무너졌다. 장지동 한 공인중개사는 “파인타운을 보러 왔다가 동 위치나 상태가 마음에 드는 매물이 없으면 헬리오시티를 기다려보자는 세입자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일대 매매가격 하락도 눈에 띈다.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는 12월 초 15억 2,000만 원에 거래돼 9월 17억 4,000만 원 최고가에 비해 2억2,000만 원이나 내려 앉았다.
한편 내년에 강동구 고덕동 재건축 단지를 포함해 서울 동남권 입주물량이 2만 2,000가구에 달한 전망이어서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동남권 입주 물량이 쏟아져 헬리오시티 입주 마무리 후에도 회복세가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팀 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 하락으로 인해 전세가율이 떨어지면서 갭투자가 줄어 전반적인 주택 시장 수요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