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지난 18일 전 세계의 눈은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기념식에 쏠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전역에 생중계된 기념연설을 통해 “선진국이 몇 세기에 걸쳐 이룩한 발전을 중국은 몇십 년 밖에 걸리지 않았고, 선례가 없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리옌훙 바이두 창업자 등 주요 기업인들에게 개혁개방 공로상이 주어졌다. 1978년에 비해 지금의 중국 경제규모가 80배나 커지기까지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기업이었음을 안팎으로 공인하는 장면이었다.
중국 경제발전을 추동한 힘은 기업과 기업인에서 나왔다. 1976년 마오쩌둥 시대가 종언을 고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엔 단 한 개의 사기업도 없었으나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2017년 말 현재 중국의 민영기업은 2,700만 개, 개인 자영업자 수는 6,500만개이며 신규 일자리 기여도는 무려 90%를 웃돌고 있다. 이제 중국을 먹여 살리는 것은 더 이상 국가나 공산당이 아니라 민간기업과 기업인이라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은 어떻게 세계를 흔들고 있는가’를 읽는 독자들은 앞으로 전 세계 경제를 움켜쥐게 될 중국의 기라성같은 기업을 일군 기업인의 면면과 행동 특성 등을 어느 정도 눈치채게 될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중국의 유명 기업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국책사업의 컨설팅한 경험을 지닌 저자 에드워드 체(글로벌컨설팅기업 가오펑의 창립자)가 중국 기업들이 공산당 체제와 시장경제가 공존하는 독특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었는지 적절한 사례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알리바바의 마윈을 꼽는다. 1964년 항저우의 경극 배우였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999년 18명의 직원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몇 달 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에서 최고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에서 최고가 되려고 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 원대한 포부대로 마윈은 2007년 알리바바닷컴을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데 이어 2014년엔 뉴욕증시에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QR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만들어 해마다 2017년 1·4분기 96% 성장할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며 중국 금융업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이 책은 중국의 창업자를 1980년대와 1990년대, 2000년대초중반, 200년대후반~2010년대의 4개 시대로 구분해 그 특성을 소개한 점이 이채롭다. 1980년대 하이얼의 장루이민과 지리자동차의 리슈푸, 화웨이의 런정페이 등은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1990년대 반톤홀딩스의 펑룬과 쑤닝그룹의 장진동, 중쿤그룹의 황누보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책임의식을 지녔다. 2000년대초중반의 제이디닷컴의 류창동과 시나닷컴의 찰스 차오, 바이두의 로빈리는 국제적 감각을 잘 겸비하고 있었으며 2000년대후반~2010년대 메이투안의 왕싱과 이하오디엔의 유강, 샤오미의 레이쥔은 글로벌트렌드, 그중에서도 기술트렌드에 정통한 편이다.
결국 1976년 제로(0)상태였던 중국에서기업이 태어나고 성장해서 세계를 석권하기까지, 그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SOOT 공식’을 말한다. 중국시장의 규모(Scale)와 개방성(Openness)에 정부지원(Official support)와 기술(Technology)이 더해져 그 모든 ‘선례가 없는 기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중국경제의 그동안 성장이 부럽고 앞으로의 질주가 두렵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떨치기 어렵다. 아울러 ‘SOOT 공식’에 견줘 이룬 한국엔 무엇이 부족한지도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16,800원
/문성진기자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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