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강원 강릉시 저동의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끝낸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참변을 당한 사고의 원인으로 일산화탄소(CO) 중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방당국은 구조대원이 구조 당시 현장에 들어가면서 각 방에 있는 가스농도를 측정한 결과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으로 나왔다고 19일 밝혔다. 정상 농도(20ppm)보다 무려 8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타살이나 자살 대신 일산화탄소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국과수,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 부족인 상황에서 연소할 때 발생한다.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사람이 인지할 수 없으며 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이다. 사람 폐로 들어가면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혈액소)과 급격히 반응하면서 산소의 순환을 방해해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연탄의 연소 가스나 자동차 배기가스 중에 많이 포함돼 있으며,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기도 한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농도가 200ppm이면 2∼3시간 안에 가벼운 두통이 나타나고, 400ppm이면 1∼2시간에 앞 두통과 2.5∼3시간에 후두통이 일어난다. 800ppm이면 45분에 두통, 매스꺼움, 구토 등을 하고 2시간 내 실신할 수 있으며 1,600ppm으로 2시간이 지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3,200ppm이면 30분 뒤부터 목숨을 잃을 수 있고, 6,400ppm이면 두통과 매스꺼움을 느끼는 시간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시간이 2배 짧아진다. 1만2,800ppm까지 치솟으면 1∼3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생명에 치명적이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일산화탄소 허용농도가 50ppm으로 150ppm이면 그렇게 위험해 보이진 않지만, 아이들 발견 전에는 농도가 굉장히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펜션 관계자가 아이들을 발견한 뒤 문을 열었고 구조 활동을 벌일 때 문을 여는 등 여러 차례 환기가 됐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그런 상태에서도 일산화탄소 농도가 허용농도 3배가 나왔다면 아이들이 발견되기 전 일산화탄소 농도가 굉장히 높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창문이 닫힌 실내에서 보일러가 연소하다 보면 산소농도가 낮아지게 되고, 산소가 모자라면 불완전 연소를 하게 되면서 일산화탄소가 만들어져 장시간 노출 시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고로 강릉 아산병원에서 치료 중인 1명은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이날 오전 강릉시청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강릉 아산병원에서 치료 중인 5명 중 1명은 상태가 호전돼 보호자들과 간단한 인지 대화가 가능하고 친구들의 안부를 묻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보일러 배관 분리 여부를 비롯해 목격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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