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지원받아 쓴 혐의와 관련해 “국고손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게 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죄 조항 등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는 의견서를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에 제출했다고 10일 전했다.
특가법 제5조는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 등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횡령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1항의 카목에서는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 법리에 따라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6억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국고손실죄를 유죄로 인정받았다. 국정원장은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국고손실죄의 적용 대상이 되고, 이를 지시한 공범인 이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런 논리를 가능케 한 법률 조항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의견서에서 “입법 목적에 비춰 회계직원책임법의 ‘회계관계직원’은 금전 출납 업무를 하는 실무자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며 “회계관계직원을 지나치게 넓고 추상적으로 규정해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분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확장해석·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횡령죄의 경우 형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으로 액수에 따라 충분히 가중처벌 할 수 있음에도 불명확한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에 따라 형을 가중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수수했다는 공소사실을 두고 국고손실 혐의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지만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판단이 결정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국고손실죄 관련 조항의 위헌성이 인정된다면 혐의의 상당 부분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법원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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