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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21 구조조정에…지방 대학원 "문 닫으란 얘기"

■ 잡음 커지는 BK21 개편안

교육부, 경쟁력 위해 '선택과 집중'

개별 대학 지원금 3배 늘리지만

사업단 규모 200개 대폭 축소

모집 권역 구분도 없애 동시경쟁

지방대 "현실적으로 승산 없어"

인문계열 등 소수학과 배제 우려도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BK21 후속사업 개편을 위한 정책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들이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신다은기자




“지방 대학 정말 힘들게 연구하거든요. 가뜩이나 학생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는데 이대로 가면 지방대 대학원 문 닫으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송한정 인제대 교수)

‘BK21 후속 사업 개편 정책포럼’이 열린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과학도서관 강당. ‘의견을 받는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20여명이 손을 들었다. 경상대·전남대·부산대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교수들은 교육부의 새 사업 구상에 대해 “지방 대학의 연구 상황을 고려해달라”고 읍소했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원생 학비지원 사업인 두뇌한국(BK)21 사업이 4단계 진입을 앞두고 ‘지방대 배제’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4단계 사업에서 개별 대학 지원금을 5억원에서 16억원으로 대폭 늘리는 대신 사업단 규모를 200개 가까이 축소한다는 계획을 27일 발표했다. 그간 연구장학금이 너무 적었다는 학계의 지적을 수용했지만 그 대가로 지방 대학과 소수 학과 지원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돼 지방대 교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지방과 수도권의 모집 권역 구분을 없애 모든 대학이 동시에 경쟁하도록 만든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1·2·3단계와 달리 지방 대학을 권역별로 따로 뽑지 않고 수도권 대학과 동일한 조건 아래 경쟁하도록 했다. 조상복 울산대 전기전자제어공학과 교수는 “유명 지방 국립대 출신들도 석·박사를 서울이나 외국에서 하려는 상황인데 갑자기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을 경쟁시키면 현실적으로 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대 중에는 정말 BK 지원만으로 대학원을 유지하는 곳도 있는데 이런 현실을 고려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마련한 4단계 사업 지방 대학 사업단 정원은 88개에 그쳐 3단계(239개)보다 100개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 학과가 BK 사업 선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4단계부터 참여 자격에 ‘학과 교수 80% 이상, 교수 1명당 대학원생 3명’이라는 규정을 신설했는데 인문계나 군소 학과일수록 교수 수의 3배에 달하는 대학원생을 보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영훈 고려대 불문학과 교수는 “대학원생 수를 참여 기준으로 삼으면 연구생이 적은 인문계열은 아예 참여가 불가능하다”며 “우리 같은 학과가 살아남는 유일한 원천이 BK인데 이렇게 되면 원천봉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BK가 대학원생 학비지원 사업인 만큼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 육성’이라는 목표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학업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생활비(석사학생 60만원·박사학생 100만원)를 지원한다는 취지인데 책정된 예산 대비 목표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김선희 전북대 의과대 교수는 “BK는 대학원생에게 생활비 70% 수준의 연구장학금을 지원하는 풀뿌리 인력 사업”이라며 “기초 체력을 키우는 사업인데 단기간에 너무 큰 성과를 바라면 도리어 독이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방대와 군소 학과의 불만을 수용하되 ‘잘되는 대학 먼저 키운다’는 방향성은 유지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년간 BK를 운영하면서 경쟁력도 없는 대학원을 과잉 양성한다거나 회수율이 낮은 현금 봉사를 하고 있다는 예산당국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실제로 대학원생보다는 교수들끼리만 모인 소규모 연구개발(R&D) 사업팀이 사업자금을 타가는 문제가 있어 이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박사 과정을 개설한 대학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해 대학 운영 방향을 학문 대신 취업으로 선회하도록 유도하려는 속내도 있다. 연구를 총괄한 하연섭 연세대 교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곳이 전체 대학의 80%에 이른다”며 “20년 동안 지원을 해줬는데 아직도 (연구실 유지에) 정부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일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 대학 자금을 회수해 특정 대학에 3배 넘는 금액을 몰아줄 경우 어떤 구체적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는 상태다. 교육부는 해외 논문 인용 수와 같은 양적 지표를 지양하고 취업 및 교육의 질과 같은 질적 지표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연구진은 예산안 제출 시기인 내년 하반기까지 평가지표와 기대효과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이 BK 사업에만 목을 매지 말고 링크나 다른 연구개발(R&D) 사업을 따내면 된다”면서도 “지방 대학과 군소 학과의 어려운 점을 전달받았고 정책에 적절히 녹일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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