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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신의 늪에 빠진 사법부

'사법농단'에 국민불신 최고조

여론재판 아닌 공정재판 통해

무너진 신뢰 되찾기 노력해야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재판에 패소한 사람들이 법원의 판결에 대해 공공연한 불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화됐고 심지어 대법원장에 대해 화염병을 투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건 보도에 대한 댓글에서는 화염병 투척은 범죄이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반응보다는 속 시원하게 잘 던졌다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는 점이다.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다.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사법부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동안 국민들은 사법부에 대한 막연한 존중과 존경을 보내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인 사법시험을 합격한 인재들 그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로 선발된 판사들이 모여 있는 법원에 대해 신뢰를 가졌고 똑똑한 판사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어왔다.

그러나 부러진 화살 문제가 언론과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법원에 대한 존경과 신뢰에 균열이 생겼고 전관예우 문제, 제 식구 감싸기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사법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계속 증폭됐다. 그리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사법불신은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최고조에 달했고 사법부는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법원 내부에서도 특별재판부의 설치, 법관 탄핵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판사들은 강 건너 불구경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얼마나 심각하며 그로 인해 어떤 일들이 야기될 것인지에 대해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향후 이 문제가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내지 사법농단 의혹 관련자가 전체 판사의 10%도 되지 않고 이미 핵심관계자들은 대부분 퇴임한 상태라서 현재의 사법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국민의 상실감·좌절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안이한 태도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치권에서 여야가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되면 국민들은 국회 전체를 불신하지 여당과 야당의 어느 한쪽이 잘못했고 다른 쪽은 문제가 없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양승태 사법부가 잘못했으나 김명수 사법부는 문제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들이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로 믿었던 법원의 판결에서 배신당했다고 생각할 때 그 원망이 해당 판결을 담당한 판사들 혹은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한 고위법관들에게 한정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법원조직 전체를 향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한 것이다. 수십년 전의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현재의 검찰과 경찰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데 잘못된 재판의 피해자들은 함께 근무했던 판사들을 원망하지 않을까.

물론 재판거래·사법농단은 아직 의혹일 뿐이다. 그러나 과도한 영장기각으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그렇다고 여론재판에 휘말려 일부 판사들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도 올바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유념해야 할 것은 법관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법률전문가로서의 전문지식과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이지만 오늘날의 법관에게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민의 입맛에 맞는 여론재판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하되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재판이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진 경우에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 그 객관성과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는 재판이며 이를 통해서만 무너져내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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