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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재판독립 책임 대법원장에 있다는 故이영구 판사 말씀 새길 것"

'긴급조치 나홀로 무죄판결' 이영구 판사 추념사에서

재판거래 의혹 언급하며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 다짐

11월16일부터 12월28일까지 대법원서 추모전 개최

고(故) 이영구 판사. /자료제공=대법원




김명수 대법원장이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대해 유일하게 무죄 판결을 내린 고(故) 이영구 판사 추도전 개막식에서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을 만들겠다”며 사법부 독립 수호를 다짐했다.

김 대법원장은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고 이영구 판사 추모전 개막식에 참석해 “이영구 판사는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야 할 사명과 임무는 사법행정의 책임자에게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대법원장으로서 고인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특히 “우리 사법부는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큰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고 운을 떼며 “고인이 꿈꿨던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을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최근 사법개혁 후속추진단이 대법원장 권한을 사법행정회의에 대폭 이양하는 안을 내놓는 등 사법부 개혁을 향한 법원 안팎의 이견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고민을 추념사로 내비친 셈이다.

고 이영구 판사는 박정희 정부 시절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홀로 소신판결을 내렸던 것으로 이름난 법관이다. 전북 전주 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1962년부터 법관의 길을 걸었다.



서울민형사지법 영등포지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지난 1976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대생 김상진씨 49재에 맞춰 교내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같은 학교 학생 2명에게 직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시켰다. 정부가 시위 주동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도록 사법부를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대담한 판결이었다. 실제로 당시 정부는 “서울대가 최전방이고 영등포 형사재판장이 최고사령부인데 이 판결로 정권의 방어체제가 무너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또 1976년 11월 수업 도중 박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비판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 서문여고 교사에 대해서도 “1인 정권은 그동안 반복돼 왔고 앞으로도 반복 가능한 역사적 사실이므로 그 자체가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그 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판결을 선고받은 221명 가운데 유일한 무죄 판결이었다. 이영구 판사는 이 재판으로 인해 1977년 1월 인사 관행을 깬 전보 조치를 받고 전주지방법원으로 좌천됐다. 이영구 판사는 불합리한 좌천 인사에도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곧바로 사표를 내지 않고 한 달간 근무하다 법복을 벗었다.

이영구 판사는 이 같은 공로로 지난 9월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받았다. 이번 추모전은 12월28일까지 대법원 1층 법원전시관에서 열린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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