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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수능 본다! 여보, 등록금 준비해!"

수능 보러 온 일성여고 만학도들

15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금란고 앞에서 일성여자중고교 학생들이 수능에 응시한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신다은 기자




검은 외투에 빨간색 스카프로 멋을 낸 한 수험생이 버스 앞문으로 팔짝 뛰어내린다. 7017번 버스는 정류장도 아닌 고사장 정문 앞에 수험생을 내려주며 손을 흔든다. “왜 이렇게 늦었어!”, “등장이 무슨 영화배우 같네” 깔깔 웃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자신 있게 정문을 통과한 그는 오십 평생 처음 수능을 치르는 이승자(65)씨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열리는 15일은 늦깎이 수험생들에게도 중요한 날이다. 오전 7시 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사범대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 정문 앞은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선배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일성여중고는 어린 시절 학업을 마치지 못한 만학도들을 위해 개설된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일성여고 1~3학년 학생들은 일렬로 서서 수능을 보러 온 4학년생들에게 “멋지다”,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용기를 북돋았다.

15일 선배 응원에 나선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신다은 기자


늦깎이 수험생들은 입실 전 자신의 사연을 조심스레 소개하기도 했다. 일성여중고 수험생 중 최고령인 유영자(78)씨는 “며칠 전 백석예대 사회복지학부 면접에 다녀왔는데 그 자리를 간 것 자체가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을 계속 흘렸다”며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공부도 마음껏 할 수 없었던 아픔이 깨끗하게 씻겼다”고 했다. 그는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 자체가 큰 감격이었다며 “수능시험에 접수하는 순간에 이미 꿈을 이룬 거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안옥임(65)씨는 녹내장이 있는데도 고등학교 과정을 모두 마치고 올해 수능에 응시했다. 안씨는 “돈을 벌기 위해 공장을 다니면서도 늘 학교 가는 친구가 부러웠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늘 주눅이 들어 있었다”며 “이제 후회 없이 공부에 몰입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만두라는 의사의 만류마저 뿌리치고 공부에 매진한 안씨는 이제 부동산학과에 진학해 본인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수능날인 15일 오전 8시 늦깎이 수험생이 일성여자중고교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험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신다은 기자


경기도 평택에서 매일 왕복 6시간씩 4년간 서울로 등하교하며 수능을 준비한 정현진(66)씨도 있다. 정씨는 “수많은 집안일과 원거리 통학 때문에 공부시간과 수면시간이 부족했지만 메모장을 수시로 읽고 강의 내용을 녹음해 공부했다”며 “지금은 6개 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수능에 응시한 일성여중고 수험생들은 총 212명이며 고3 수험생과 동일한 시간표와 교실에 배치돼 수능에 응시한다. 오전8시40분부터 국어·수학·영어·탐구·제2외국어 순으로 진행돼 오후5시40분께 모든 시험이 끝난다. 수능 성적은 오는 12월5일 발표된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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