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을 받는 쌍둥이에게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함에 따라 12일 아버지 교무부장 A씨와 두 딸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됐다.
이들 부녀는 두 달여에 걸친 경찰 수사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쌍둥이가 만들어뒀던 수많은 메모들이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이 A씨 부녀의 문제유출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은 것은 ‘암기장’과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 ‘시험지에 적힌 메모’ 등 총 세 가지다.
쌍둥이는 A씨가 빼 온 문제와 정답을 암기장에 적어두고, 이를 포스트잇에 옮겨 적어 만든 ‘컨닝페이퍼’를 시험 날 가져가, 정답 목록을 빠르게 시험지에 옮겨적는 식으로 시험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쌍둥이 중인 동생이 만든 암기장에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모든 과목 정답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재판이 남아있어 지금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암기장의 전후 맥락을 봤을 때) 정답 목록은 시험을 치르기 이전에 적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정황을 보여주는 특징점이 (암기장에)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잇에도 객관식과 주관식 정답이 정확히 적혀 있었다. 이 포스트잇은 가로 10㎝·세로 3㎝ 안팎의 작은 크기로 보통 가장 많이 쓰는 종류다. 경찰은 작은 종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정답을 적어둔 것을 봤을 때 컨닝페이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쌍둥이가 실제 시험을 치렀던 시험지에서도 작은 글씨로 정답 목록을 적어둔 흔적이 발견됐다. 객관식 정답 20∼30개를 빼곡히 적어둬 외운 것을 빨리 풀어낸 흔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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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는 “가채점하려고 적어둔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물리 과목의 경우 계산이 필요한 문제 근처에서 정답 목록만 발견되고, 문제를 푼 흔적은 없었다. 화학시험 서술형 문제의 경우에서도 풀이와 정답을 모두 적는 문제에서 동생이 정답은 ‘10:11’이라고 적었지만 풀이과정은 답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후 ‘10:11’이라는 답이 결재가 잘못 올라갔던 ‘정정 전 정답’으로 밝혀졌다.
현재 A씨 부녀는 여전히 문제유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문제유출에 대한 정황 증거만 제시할 뿐, 시험지 복사본이나 사진 촬영본처럼 실제로 문제가 유출된 장면을 포착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의 최종 결론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거쳐 법원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재판에 대비할 가능성이 있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휴대전화에서 확인된 증거가 여럿 더 있다”고 말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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