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숙명여자고등학교 전 교무부장 A씨의 쌍둥이 딸들도 아버지에게 시험문제·정답을 미리 받아 시험을 본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기기로 함에 따라 이들의 징계·성적처리 문제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서울수서경찰서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께까지 다섯 차례 정기고사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한 후 자녀에게 알려줘 시험에 응시하게 한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자녀 C·D양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일단 A씨는 학교의 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숙명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신여학원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정관상 교원 직위해제와 해임 사유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를 추가했다. 사실상 A씨를 징계하기 위한 정관개정으로 해석된다.
학부모들은 쌍둥이 퇴학과 성적 ‘0점 처리’를 요구한다.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성명에서 “학부모가 원하는 A씨와 공범 징계, 쌍둥이 성적 0점 처리와 퇴학은 학교가 의지만 있다면 당장 오늘도 할 수 있다”면서 조속한 조처를 촉구했다.
쌍둥이는 지난 1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이에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에 자퇴처리 여부를 문의했고, 교육청은 경찰과 법원에서 범죄사실이 소명됐다는 점에 유의해 “자퇴서 처리에 신중하라”고 답했다. 쌍둥이를 징계해야 하는 상황까지 고려하라는 뜻이었다. 학교는 아직 자퇴서를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숙명여고 학생생활규정을 따르면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시험문제를 사전에 절취하거나 절취 후 누설한 학생’에게는 사회봉사·특별교육·퇴학처분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성적처리는 다른 학생들과 직접 연관돼있기 때문에 특히 더 예민한 문제다. 쌍둥이 성적을 0점으로 처리한 뒤 전체 학생의 성적을 재산정하면 ‘등급 간 경계’에 있는 학생은 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학부모들은 쌍둥이 동급생들이 곧 고3으로 진급하는 만큼 성적 재산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학 수시모집 전형에서 고교 학교생활기록부는 3학년 1학기분까지만 반영되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8월 말까지는 성적이 바뀌어야 수시모집 전형 때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9일 EBS 저녁뉴스에 출연해 쌍둥이 징계문제를 신속히 결론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면 대법원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를 기다려야 하나, 학부모 불신이 커서 조기에 종결지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교육감은 “숙명여고 사건과 같은 일탈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가혹할 정도로 징계·처벌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면서 “단호한 조처의 시점을 언제로 할지가 고민”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쌍둥이 징계와 성적처리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 숙명여고는 “진실 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되기 전 입장인 만큼, 쌍둥이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에서 학교도 입장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숙명여고 교장은 지난 2일 ‘학생과 학부모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 관련자 징계와 성적 재산정을 “교육청 지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사건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흔든 ‘국가적 사건’이 돼 숙명여고가 단독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징계와 성적처리 관련 ‘가이드라인’격 지침을 내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청은 현재 변호사들에게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앞서 조 교육감은 “변호사들의 자문이 모이는 대로 다수의견에 따라 학교와 협의해 쌍둥이에게 단호한 조처를 내리겠다”고 언급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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