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쌍둥이 자녀에 총 18과목의 정답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6월께부터 올 7월까지 총 5회의 정기고사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로 현모(53)씨와 쌍둥이 자녀 2인 등 총 3인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시험지 및 정답 유출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된 전 교장, 교감, 고사총괄 교사 3인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현씨는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올해 치러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의 시험에 걸쳐 총 18과목의 정기고사 정답을 자녀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특히 쌍둥이가 나란히 전교 1등을 차지한 지난 1학기 기말고사의 경우 12과목 정답이 유출된 정황이 확보됐다.
결정적 증거는 쌍둥이의 집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쌍둥이의 방에서 나온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자매 중 동생의 암기장에서 전과목 시험문제의 정답을 적은 메모를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쌍둥이 자매는 부친을 통해 유출된 정답을 암기하기 위해 이를 메모한 뒤,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시험지에 암기한 정답을 작은 글씨로 적어놓고 문제를 풀었다. 이 때문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물리Ⅰ 과목 시험지의 경우, 산수가 필요한 문제에 계산 흔적이 없고 작은 글씨로 적어놓은 정답만 남아 있다.
이에 대해 피의자는 “암산으로 풀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한 피의자들은 “채점을 위해 시험 이후 적어놓은 메모”라는 취지로 증거를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시험 직후 학급 단체카톡방 등을 통해 정답지가 공유되기에, 이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숙명여고 교사들의 진술도 의심을 보탰다. 쌍둥이들이 동일한 오답을 적어낸 미적분 과목 문제를 출제한 교사는 경찰에서 “(잘못 출제한) 정답은 오타였으나 풀이과정은 정확히 작성을 했다”며 “1단계 풀이가 맞았으면 2단계로 정답은 자연스럽게 산출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답이 틀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서울시교육청 의뢰에 따라 지난 8월말 수사에 착수, 9월초 학교 교무실 및 현씨 주거지 등 3개 장소를 압수수색 했고, 디지털포렌식 분석, 국과수 감정, 피의자에 대한 수차례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쌍둥이 휴대폰에 영어 서술형 정답이 저장된 사실,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이 기재된 메모 등 정답 유출을 의심할만한 정황 증거가 대량 확보됐다. 피의자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고, 지난 6일에는 현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학부모들은 경찰 수사결과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숙명여고 비대위 측은 “2학기 중간고사 이전 수사종결과 성적 정상화를 바랐기에 아쉬움은 있으나 사필귀정의 수사결과를 환영한다”며 “교육부에 숙명여고 전현직 교사 자녀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며, 학교 관행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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