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6일(현지시간) 실시된 중간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요약된다. 민주당은 선거 초반부터 별다른 의제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견제 및 심판론으로 싸웠고 공화당은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지키자고 호소하며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다.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선거전에서 민주당이 완승을 거두지는 못했어도 절반의 승리를 건진 것은 ‘트럼피즘’이 득세한 2년에 대해 미국민들이 분명한 ‘견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7일 오전8시 현재 개표 결과 하원 총 435석 중 222석을 얻고 공화당은 199석을 확보했다. 막판 접전을 벌이는 선거구가 10여곳 정도 돼 최종 의석수는 2~3석가량 바뀔 수 있지만 민주당은 이미 8년 만에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년간 쏟아낸 ‘증오와 분열’, 성추문 스캔들과 탈세 의혹 등으로 민주당이 하원 탈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측이 적중한 셈이다.
선거 막판 반트럼프 인사들에게 ‘소포 폭탄’이 배달되고 유대교 회당에서 극우 인사가 벌인 총기 난사 사건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분노의 정치’와 독선적 국정 운영 방식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CNN방송이 이날 투표 후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하며 트럼프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책들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선택도 55%로 비판적 응답과 비슷했다. 특히 이날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 중 15%가량이 “생애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밝히는 등 “미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높아진 시민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향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9월 초만 해도 판 전체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됐던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가 기대만큼 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공화당이 2년 전 하원에서 다수당을 점할 때 의석수가 240석에 달했던 데 비하면 민주당은 10석가량 못 미친다. 진보 성향의 CNN도 “전체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겼지만 이것을 블루 웨이브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공화당은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기존보다 의석수를 2석가량 늘릴 것이 확실시돼 트럼프 대통령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상원 선거에서 최대 요충지였던 인디애나와 플로리다를 차지하면서 확실한 승기를 잡은데다 경합지였던 텍사스에서도 이겨 트럼프 대통령이 큰 선거에 강한 면모를 확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하고 ‘상원 수성’에 총력전을 편 바 있다. 그가 6일 저녁 “오늘 밤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고 밝히며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기는커녕 이겼다고 자축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나마 자기 덕분에 하원 의석을 덜 빼앗기고 상원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막판 중남미 출신 난민 행렬인 ‘캐러밴’의 입국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며 멕시코와의 국경에 군병력을 동원하고 미국 땅에서 태어나면 불법 체류자의 아기라도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되는 ‘출생 시민권’ 규정을 손보겠다고 주장하는 등 ‘반이민정책’에 올인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 전날까지 격전지를 돌면서 지원 유세를 벌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력 지원에 나서면서 주지사 선거에서 관심을 모은 최대 접전지 두 곳에서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지아주에서 흑인 여성 최초의 주지사에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민주당 후보가 도전했지만 브라이언 켐프 공화당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플로리다에서도 ‘친트럼프’ 성향이 강한 론 드샌티스 공화당 후보가 흑인 최초의 플로리다 주지사를 노렸던 앤드루 길럼 탤러해시 시장을 접전 끝에 따돌린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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