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는 ‘쭈타누깐 시대’가 열렸다. 그전까지 번번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던 에리야 쭈타누깐(23·태국)은 그해 껍질을 깨부수고 무려 5승을 쓸어담았다. 쭈타누깐 천하에 제동을 건 것은 박성현(25·KEB하나은행)이었다. LPGA 투어 데뷔 시즌인 2017년에 2승을 거두며 쭈타누깐의 상금왕·올해의 선수 2연패를 가로막았다. 박성현은 신인왕에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유소연과 공동 수상)을 휩쓸었다. 지난해가 박성현의 해였다면 올해는 다시 쭈타누깐의 해다.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이미 확정했고 평균타수 1위도 가까이 있다. 지존 자리를 뺏었다 내줬다 하는 박성현과 쭈타누깐의 양강 구도가 최근 몇 년간 LPGA 투어의 대표 스토리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주요 타이틀을 박성현에게 내줬던 지난해 쭈타누깐이 2승으로 자존심을 지킨 것처럼 박성현도 올 시즌 승수는 쭈타누깐과 같은 3승이다. 지난해 차지했던 최고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 우승컵을 올해 쭈타누깐에게 양보해야 했지만 또 다른 메이저인 KPMG 여자 PGA챔피언십을 제패했다.
7일부터 나흘간 중국 하이난성의 지안레이크 블루베이GC(파72)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블루베이(총상금 210만달러) 대회는 박성현과 쭈타누깐이 벌일 다승왕 경쟁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다승왕은 공식 타이틀은 아니지만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박성현은 물론이고 완벽한 시즌을 완성하려는 쭈타누깐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기록이다. 블루베이 대회는 한국·중국·대만·일본을 거쳐 5주간 계속된 ‘아시안 스윙’을 마무리하는 무대. 이 대회가 끝나면 2018시즌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하나만 남긴다. 이동의 편의를 위해 이번 주 대회는 수요일에 시작해 토요일에 끝난다.
최근 각기 다른 대회를 건너뛰고 휴식을 취한 둘은 3주 만에 다시 만났다. 3주 전 뷰익 상하이 대회에서는 쭈타누깐이 11언더파 공동 2위, 박성현은 2언더파 공동 26위를 기록했다. 과연 누가 세계 1위로 시즌을 마치느냐도 관심이다. 현재 쭈타누깐이 랭킹 포인트 8.00점으로 1위에 올라있지만 박성현이 7.95점의 2위에서 호시탐탐 탈환을 노린다. 박성현은 지난달 29일 2위로 내려가기 전까지 10주간 1위를 지켰다.
김세영·김효주·양희영·이미림·허미정·최운정·이미향 등도 우승을 노린다. 김세영은 지난 7월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31언더파 우승에 이어 시즌 2승 도전이다. 2015년 이 대회에서 시즌 3승째를 올렸던 좋은 기억이 있다. 올해 US 여자오픈 준우승자인 김효주는 2년9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우승 가뭄을 씻으려 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