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공임대 주택의 본격적인 분양전환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주택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부와 입주자 간 분양전환 방식에 대한 의견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0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감정평가액이 기준이다. 집값이 10년 동안 천정부지로 오른 성남 판교 등지 입주자들은 계약 당시와 비교해 분양가가 7~8억원 이상 올라 감당이 어려우므로 분양가를 내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이미 계약이 끝난 사안인 만큼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6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10년 공공임대 입주자들은 최근 잇달아 서울시내 등지에서 분양전환 방식을 다시 정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청와대 앞 1인 시위와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비롯, 청와대 온라인 청원운동까지 하고 있다.
10년 공공임대는 감정평가액의 범위 내에서 분양가를 결정한다. LH는 이에 따라 최대치인 감정평가액으로 분양가를 산정한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5년 임대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 금액의 산술평균으로 정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10년 임대의 분양가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분양가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 제도의 취지는 서민의 집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10년간 임대로 거주하고 나서 적정한 가격에 분양받아 내집마련을 하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LH 등에 적정 이윤 수준의 사업성을 보장하는 수준을 벗어나 천문학적인 폭리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전환 관련 논란은 판교 등 10년 전에 비해 시세가 많이 뛴 경기도에서 특히 강하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분양전환이 예정된 판교신도시 공공임대 3,953호의 가구당 평균 분양전환금은 9억3,334만원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 2월 분양전환이 예정된 백현마을2단지는 지난 8월 전용면적 84.5㎡ 아파트가 13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푸르지오그랑블은 9월 전용면적 97.7㎡의 경우 가구당 15억원의 분양전환금을 마련해야 한다. 한 채가 18억5,000만원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모르겠으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동안 임대료만 내 갑자기 거액을 마련할 수 없으므로 집을 포기하고 나가야 할 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3일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가격 산정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달라는 결의문을 국토부 등에 전했다.
입주자들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공임대 주택은 10년 후 분양전환으로 완전한 내 집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집중하고 있다.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방식 개선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나 국토부는 선을 그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시정연설에서 언급된 내용은 주거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내용으로, 특정 민원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도 “시정연설이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방식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방식을 바꾸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국토부의 다른 관계자는 “이미 계약이 된 내용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할 때 입주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도록 하고, 논란이 해결되지 않을 때 임대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중재를 거치게 하는 등 제도 개선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10년 공공임대 분양가를 낮추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등 법률 개정안 3건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도 이들 법률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 문제는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입주자들의 민원이 강하지만 쉽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실 이 문제에 적극적인 국토교통위 의원은 정동영 대표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최근 국감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해 10년 후 공공임대 세입자가 거액의 분양전환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법이라는 것이 시행하다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바꾸는 것이고, 기존 계약도 제도가 바뀌면 제도에 맞춰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며 “분양전환 주택을 도입한 취지가 서민에게 자기집을 가질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지만 입주자들이 자기 집을 가질 수 없게 됐다면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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