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오피스물을 표방한 ‘죽어도 좋아’가 베일을 벗는다. 타임루프 소재의 인기 웹툰 원작으로 재미를 높이고, 악덕 상사 갱생 프로젝트로 공감까지 자아내겠다고 자신했다.
5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이은진 감독, 강지환, 백진희, 공명, 박솔미, 류현경이 참석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죽어도 좋아’는 안하무인 백진상 팀장과 그를 개과천선 시키려는 이루다 대리의 대환장 격전기를 담은 오피스 드라마. 직장 생활을 리얼하게 그리는 가운데, 악덕 상사를 갱생시킨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미해 기존 오피스물과 차별화를 선언한다. 특히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 소식부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이은진 감독은 “원작 웹툰을 굉장히 재미있게 봐서, 2년 전부터 드라마화를 논의했었다. 하지만 드라마로 만들기는 어려웠다”며 “회사 다니다 보면 정말 싫은 상사가 있지 않나. 본인이 싫어하는 상사를 과연 갱생시킬 수 있을까 궁금했다. 사람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기적으로, 드라마라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죽어도 좋아’는 드라마에서 타임루프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동일한 기간을 계속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타임루프는 각종 판타지 장르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다룰 법한 설정이기 때문. 다소 비현실적 요소를 드라마에서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냈을지 궁금증을 더한다.
강지환은 “타임루프라는 소재 자체가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기도 하고, 원작 자체가 잘된 케이스다. 그래서 웹툰 속 캐릭터를 어떻게 변형해야 할 지 고민이 깊었다. 장르 특성상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에, 웃음을 주려고 노력했다”면서 “현장에서는 힘들지만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함께 힘내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진희는 “타임루프 설정 때문에 같은 장소에 들어가면 한 번에 모든 신을 다 찍어야 했다. 그래서 굉장히 치열하게 촬영했다. 예상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의 로맨틱 코미디 도전에 나선 강지환은 악덕 상사 백진상 팀장을 연기한다. 백진상은 평생을 1등으로 살아온 남자로, 막말 분야에서도 1위를 달리는 진상이다. 한동안 사극, 수사물, 복수극 등에서 묵직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는 “이름 그대로 진상인 백진상 팀장 역을 맡았다. 복수극이나 장르물에서 센 역할을 하다가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가 들어와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이은진 감독, 백진희를 비롯한 다른 분들과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어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진상과의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에는 “나와 1도 맞지 않다. 캐릭터 역할이 진상인데 평상시와는 전혀 다르다. 오로지 연기력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캐릭터를 그려냈다”며 “항상 후배들이 같이 있고 싶어한다. 촬영할 때마다 연기자로 변신해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백진희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 이루다 대리로 분한다. ‘가늘고 길게’를 모토로 직장생활에 임하던 이루다 대리는 어느 날 타임루프로 인해 똑같은 하루에 갇히게 된다. 그는 “이루다 역에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된다. 이루다는 사이다 발언을 많이 하고, 용기있는 인물인데 그런 부분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촬영 중”이라고 말했다.
백진희는 지난 1월 종영한 ‘저글러스’에 이어 또 한번 KBS 오피스물의 주인공을 맡게 됐다. 그는 ‘저글러스’의 재수없는 상사 남치원(최다니엘 분)에 이어 또 한번 진상 상사 백진상(강지환 분)을 만난다. 이에 백진희가 같은 방송사의 오피스물에서 상사와의 로맨스를 그려간다는 점에서 비슷한 역할만을 맡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직업적인 부분이 다르다. ‘저글러스’에서는 비서 역할을 맡아 상하관계가 굉장히 심했다면, ‘죽어도 좋아’에서는 제가 걸크러시한 모습을 보여드린다”며 “이루다는 굉장히 정의로운 인물이다. ‘저글러스’의 좌윤이는 사랑스러웠다면, 루다는 공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연기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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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은 금수저 출신에 직장 내 인기까지 담당하고 있는 강준호 대리 역을 맡았다. 강준호는 어쩔 수 없이(?) 백진상을 갱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루다(백진희 분)를 관찰하다가 어느덧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그는 “저와 강준호는 많이 비슷하다. 둘 다 장난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4차원 매력의 소유자라는 설정과 재벌 3세라는 부분이 다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강준호의 자유분방함과 여유로움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 중”이라며 극 중 역할을 소개했다.
극 중 박솔미는 전설적인 구조조정 전문가 출신으로 회사의 전략기획 본부장으로 스카웃되는 유시백 역을 맡는다. 약 2년 5개월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그는 공백기에 대해 “사실 특별할 것은 없다. 현장에 대한 갈증은 있었지만, 아이들과의 2년 반도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박솔미는 과거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공동연출을 맡았던 이은진 감독과 다시 만나게 된 것에 대해 “당시에도 이은진 감독의 가치관이나 기발한 센스들이 기대됐었다. 작품도 캐릭터도 모두 좋았지만 이은진 감독을 믿었다”고 말했다.
류현경은 이 시대 워킹맘을 대변할 최민주 대리를 연기한다. 최민주는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 아들은 물론, 뱃속 둘째까지 챙겨야 하는 인물이다. 늘상 누군가를 챙겨야만 했던 그는 자신을 위해 나서주는 이루다를 보고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그는 극중 최민주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아기를 가지고 있는 워킹맘을 대변하는 역할이지만 소신을 지키려는 마음이 저와 닮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한 역할을 맡아서 모형 배를 착용하고 있다. 실제로 임신 중 일을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분들이 정말 자신의 일을 묵묵히 잘하고 계시는데 많은 편견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언니가 워킹맘이다. 그래서 더욱 워킹맘의 서러움을 드라마에 잘 녹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KBS는 그동안 ‘직장의 신’ ‘김과장’ ‘저글러스’ 등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오피스물로 호평을 받아왔다. ‘김과장’의 프로듀서였던 이은진 감독과 공동연출을 맡았던 최윤석 감독이 ‘죽어도 좋아’의 메가폰을 잡은 만큼, KBS 오피스 드라마의 흥행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특히 전작 ‘오늘의 탐정’이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린 가운데, 수목극의 시청률을 견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만도 하다.
이은진 감독은 “‘오늘의 탐정’은 호러를 다룬 작품이다. 호러 장르 자체가 어떻게 보면 무겁지 않나”라면서 “‘죽어도 좋아’는 굉장히 가벼운 오피스물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알아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KBS가 오피스물을 잘한다고들 한다. 그 이유는 오피스물이 가장 공감되는 일상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은 ‘분노의 시대’다. 화도 많고 좌절이 만연한 사회다. 직장인들도 번아웃 상태다.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하되, 힐링과 웃음을 주기 위해 각색했으니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는 오는 7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심언경 인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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