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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공화당은 조 매카시의 정당이다

가짜뉴스·음모론 전파에 혈안

중남미 난민 혐오·공포감 조성

흑역사의 고리 끊지 못하는 한

공화당이 권력 위임받아선 안돼

파리드 자카리아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신문과 방송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을 완전히 인수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요즈음 공화당이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가리키는 증거는 수두룩하다. 어느 순간이건 공화당은 트럼프와 그의 아이디어를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헌신적으로 따른다.

그러나 문제는 공화당이 트럼프의 정당이 아니라 조지프 매카시의 정당이 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위스콘신주 연방 상원의원이던 매카시는 지난 1950년대에 국무부를 반역죄로 고발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 미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후 국무장관까지 지낸 조지 마셜을 반역자로 매도했으며 크렘린이 미국 정부를 비밀리에 조종하고 있다고 믿었다.

오늘의 공화당은 음모론과 가짜뉴스, 비방과 편집증, 환상의 방대한 저장소로 전락했다.

가장 최근의 예를 살펴보자. 트럼프는 가난과 폭력을 피해 미국 국경으로 올라간 후 그곳에서 난민 신청을 하려는 중남미인 그룹을 수시로 거론해가며 상당수의 미국인을 겁먹게 했다.

그들의 입국에 반대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 일이지만 그들을 끊임없이 악마 취급 하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그들에게 난민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아무런 근거 없이 ‘팩트’를 조작하고 헐벗은 난민 그룹의 뒤편에 누군가 버티고 있다는 식의 음모론을 지어낸다.

지난주 공화당의 기관지 역할을 하는 폭스뉴스의 유명 호스트 가운데 한 명은 난민 카라반을 ‘이용하려던’ 100여명의 이슬람국가(IS) 전사들이 붙잡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자 폭스의 광팬인 트럼프는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이 같은 발언을 바탕으로 ‘정체불명의 중동인들’이 카라반에 합류했다고 선언했고 플로리다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인 맷 게이츠는 민주당의 ‘큰손’ 기부자인 조지 소로스가 카라반에 자금을 대고 있는지 따져 물었다.

물론 이는 눈곱만큼의 진실도 없는 허튼 주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짜 뉴스는 숱하게 되풀이되며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얻었다. 소로스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움직임을 지휘하는 검은 배후인물이라는 생각이 공화당 내부에 너무도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출신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원과 아이오와주의 연방 상원의원인 찰스 그래슬리 등 공화당 중견 인사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이런 주장을 되풀이한다.

아이오와 출신인 스티브 킹 하원의원은 소로스가 미국인,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의 백인을 ‘누군가 다른 이들의 아기들’로 대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외국인을 불러들이는 거대한 음모를 후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로스를 겨냥한 억지는 흥미로운 사실을 드러내 보여준다.

역사상 매우 성공한 사업가 중 한 명인 소로스는 그의 돈을 가장 순수한 자본주의 형태로 만들어 시장의 흐름을 읽고 베팅한다.



그는 세계의 선도적 자선사업가들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소로스의 자선재단은 이제까지 140억달러를 지출했으며 이 중 상당액은 반공주의자들과 인권단체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처음에는 동유럽을 중심으로 지원 사업을 벌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상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했다.

그는 교도소 개혁에서 마리화나 합법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보적 아이디어에도 기금을 지원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주류로 편입된 상태다.

그렇다면 공화당은 왜 그를 주된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일까. 소로스는 진보적 이념과 진보적 후보들의 유일한 후원자가 아니다. 물론 신비한 존재도 아니다. 그는 숱한 연설과 인터뷰를 했고 많은 책과 글을 썼다.

소로스의 오픈소사이어티파운데이션은 모든 무상기금 지원 내역을 자체 웹사이트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러나 음모론자들에게 소로스는 도깨비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그는 부유하고 영향력이 있으며 외국에서 성장해 외국인 억양을 지닌 유대인이다.

공화당은 이런 사실을 애써 부인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타깃이 소로스 한 명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자주 그리고 공개적으로 ‘세계주의자’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이 말하는 세계주의자는 (로이드 블랭크파인, 개리 콘, 재넷 옐런, 소로스 등) 유대인 금융업자들로 귀착된다.

이와 관련된 흑역사를 감안하면 공화당 구성원들은 반유대주의에 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거나 그 추악함을 잘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판타지랜드: 막가는 미국(Fantasyland: How America Went Haywire)’이라는 흥미로운 저서에서 커트 앤더슨은 유엔·백신·총기규제·샤리아법 등에 관해 오늘날 공화당이 만들어내는 산더미 같은 음모론을 설명한다.

과학과 기술의 시대인 현대에 전혀 근거가 없는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들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미국은 공화국을 배반할 모종의 숨겨진 음모가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도배된 편집증의 정치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주변부의 인물들이 떠들어대던 지엽적인 것들이었다.

1960년대 존버치소사이어티의 경우처럼 음모론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듯 보일 때는 윌리엄 F 버클리 같은 주류의 보수주의자들이 앞장서 공개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이들을 비난했다. 오늘날 공화당의 중견 인사들은 그들을 모방한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극단적 음모론자인 앨릭스 존스를 강력히 지지했다. 2015년 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당신의 평판은 경이롭다”며 “결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선량한 인재들과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인종주의와 편견·반유대주의에 물든 환상과 음모·편집증을 끌어모으고 부추기는 데 힘을 쏟는 한 이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공화당은 딱 떨어지는 조 매카시 정당이다.

내부의 암덩어리가 제거되지 않는 한 공화당은 절대 권력을 위임받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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