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해당 대법관들의 병역 이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장교·사병 등 현역으로 만기 전역한 인사는 다섯 명에 불과해 일각에서는 판결 대표성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5일 서울경제신문 조사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대법관 14명(안철상 법원행정처장 포함) 중 현역 만기전역자는 법무관을 지낸 조희대(육군 중위)·김재형(공군 대위)·박상옥(육군 중위)·이동원(공군 중위) 대법관과 김선수(육군 병장) 대법관 등 다섯 명이었다. 1일 퇴임한 김소영 대법관을 비롯해 박정화·민유숙·노정희 등 여성 대법관에게는 병역의 의무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남성 대법관 열 명 중 절반만 현역으로 전역한 셈이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이기택 대법관은 ‘고도근시’로 병역의무 면제를 받았다. 권순일 대법관은 현역 입영 판정을 받았다가 다시 보충역(방위) 판정을 받고 공군 일병으로 소집해제됐으며 조재연 대법관은 ‘부선망독자(아버지가 돌아가신 외아들)’라는 이유로 6개월 만에 육군 이등병으로 전역했다. 전원합의체 멤버는 아니지만 안 처장 역시 공군 방위로 병역을 마쳤다.
특히 무죄 취지로 다수의견을 낸 여덟 명의 대법관 중 현역 만기전역 인사는 김선수·김재형 대법관 둘뿐이었다. 이 가운데 김재형 대법관의 경우 군 복무 중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도 밟아 인사청문회 때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6월28일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법 5조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당시 아홉 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는 이진성·유남석·김이수·조용호·김창종(원에 의한 전역) 재판관 등 다섯 명이 법무관으로 전역했다. 반면 강일원 재판관은 체중미달로 면제 판정을 받았고 서기석·안창호 재판관은 육군 일병으로 소집해제됐다.
현역으로 만기전역한 법관이 이렇게 적은 것은 이들이 징집대상이었던 1970~1980년대 현역 입영률 자체가 굉장히 낮았기 때문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1950년대생과 1960년대생의 군 면제율은 각각 33.8%, 30.5%에 달했다. 병역자원은 많고 경제사정은 좋지 않다 보니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현역 입영률은 50% 내외에 그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법관들의 군 경력을 들어 병역 관련 판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0년대 이후 현역 입영률이 90%를 넘은 데다 저출산 시대를 감안할 때 앞으로는 100%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아 대법원 법리와 20~40대 일반인들이 느끼는 온도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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